”애는 우리가 키워줄꺼야~!“
“애는 우리가 키워줄꺼야~“
“네엥???”
결혼 전에 예비 시부모님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우리 엄마는 내 조카를 키워주셨다.
언니가 맞벌이를 했기 때문인데, 내보기엔 키워주시는 조부모도, 그 손길에서 자라는 조카도 , 엄마 손에서 크는 것보다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기에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고, 때론 지치고 짜증이 나는데 조부모님이 키워주시는 건 정말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이기에 제대로 된 훈육은 불가해 보였다.
가끔 선을 넘는다 싶을 때 나도 개입하긴 했지만, 앞뒤 사정을 잘 모르는 언니 입장에서는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 있는 일도 있을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과정을 보면서 나는 결심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
어색하고 불편한 예비 시부모님과의 첫 만남에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거의 압박면접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결혼 후의 경제활동에 대해 언급하셨다.
“결혼 후에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할꺼야?”
“저는 결혼하면 일 그만두고, 살림하면서 육아는 제가 전담으로 할 거예요. “
“요즘 세상에는 남자 혼자 벌어서 못 먹고살아. 같이 벌어야 돼. “
“저는 엄마가 조카 육아해 주시는 거 보면서 예전부터 결심했어요. 무조건 육아는 제가 할 거예요. “
“아니야! 애는 우리가 키울 거야~너네는 맞벌이하고, 애 낳으면 우리랑 합가 하고, 우리가 애 키워줄 거야~
요즘에 이런 시부모가 어딨니~? “
(초지일관 세상 온화하고 교양 있는 말투)
정말 당황스럽고, 또 화도 났다.
우리가 부모님께 손을 벌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벌은 돈으로 아껴서 살 거고, 내 애를 내가 키우겠다는데 왜 내가 그걸 시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지?
그때 당시 안경태(남편 가명)는 부모님 말씀에 토하나 안 다는 온화한(?) 성품이었고, 눈치 또한 제로여서 내가 지금 당황스러운지 화가 나는지 상관없고 자기 앞에 있는 고기만 열심히 쳐무쳐묵하고 있었다.
그 만남 이후에 느낌이 쎄~~ 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끌려가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저분들과 친해지고 싶다, 잘해드려야겠다.’이런 마음보다 새로운 집단과의 대치상황과 갈등이 너무나 눈에 보여서 ‘나 정말 단단히 갑옷을 입어야겠다.’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