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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가의 토토 Nov 07. 2024

혼전동거 꼭 나쁜 건 아닐지도 몰라

돌싱글즈 시청 후 가치관의 변화

결혼은 현실이고, 집안과 집안이 하나가 된다’는 말을 연애할 때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연애를 10년 가까이했는데, 10년 연애기간보다 결혼 후 한 달 동안 남편을 더 많이, 더 깊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두 집안의 문화, 관습, 식생활의 충돌이다.


내가 결혼할 당시에는 ‘혼전동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심지어 손가락질당할 일이었다.

물론 나도 여태껏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최근에 무심코 돌싱글즈를 보다가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오히려 혼전동거를 권장하고 싶다.


다른 리얼예능 프로그램과 다르게 돌싱글즈는 커플이 되면 동거를 한다

연애 기간에는 오직 상대방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되고, 또 잠시 함께 하는 동안에는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지만, 동거 기간에는 그야말로 나의 습관이 여과 없이 보인다.


결혼 초에 부부싸움 가장 흔한 사례가 치약을 짜는 습이 아닐까 싶다.

연애할 때는 보지 못할 수도 있고, 또 본다 해도 그저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이 결혼을 해서 매일 겪다 보면 그게 스트레스 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면 더 쉽게 짜지기 때문에 그게 합리적인 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에서부터 짜야 낭비 없이 알뜰하게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쭉 그렇게 살아왔기에 몸에 베인 습관인 거다.


나 같은 경우는 신혼 때 남편이 양치질을 할 때 꼭 소파에 앉아서 하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결해 보였다. 양치하면서 미세하게 생기는 거품이 사방에 튈 것만 같아서 그걸 여러 번 지적했고, 싸우기도 여러 번 했는데, 나중에 시댁 어른들을 보니 그분들도 모두 칫솔을 들고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며 혹은 대화를 하며 양치를 하시길래, 아! 이건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나! 내가 포기하는 게 빠르겠다 싶었다.

그런데 최근에 친정언니랑 같이 지내는 며칠간에 언니가 나보고

“야! 넌 왜 드럽게 화장실에서 양치를 안 하고 왜 꼭 나와서 양치를 해?”

하는 소리를 듣고, 오잉! 내가 남편의 습관을 닮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물론 남편도 어느 부분 나의 습관을 , 행동을 , 그리고 가치관까지도 닮아가고 있겠지.


친정부모님은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생선을 드신다.

두 분 다 전라도 분들이기에 젓갈 많이 들어간 쿰쿰한 반찬, 생선구이, 생선탕 같은 걸 좋아하시고 그 덕분인지 나도 눈뜨면서 맡는 생선냄새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난 생선구이 냄새를 맡으면 식욕이 돋는 편이다. 내가 생선을 좋아하니까 신혼 초에는 생선구이 같은 걸 자주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남편은 냄새난다며 코를 쥐고 다니고, 생선을 먹으라고 하면 억지로 살만 파먹었다. 나는 껍질을 빠삭하게 구워서 껍질까지 다 먹는 편인데.. 남편이 하도 깨작거리고 냄새난다고 온 집안 문이고 창문이고 다 열고 다니니까 언젠가부터 생선요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다른 점이 무지 않았어서 참 별거 이 닌 일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 집안의 문화가 믹싱이 되어 이제 우리 부부가 중심인 우리 집안의 문화가 생긴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행동 습관, 식습관을 흡수했을 테고 그 아이들이 배우자를 만나면 그 배우자의 집안과의 문화차이로 조율이 필요하겠지.

그런데 결혼을 하기 전에 동거를 통해서 미리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에 겪어야 할 리얼 현실을 동거를 통해 미리 겪어보고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제 조건은 돌싱글즈에 나오는 것처럼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동거 생활을 알리고 예비시부모님, 예비장인장모님과 관계를 맺는 것까지 포함해서이다.

둘이 불장난으로 하는 동거가 아니라, 결혼 전에 서로를 좀 더 깊게 아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어떠한 마찰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가 더 단단해지기도 하고, 또 도저히 조율이 안 될 경우 헤어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후에 ‘애들 때문에’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이혼가정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봐’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억지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더 불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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