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담(性談) 03
오랜 세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여러 봉사단체를 이끌어 오던 한 지인이 작년에 차관급 기관장에 발탁되었다.
지금껏 해온 일이 그렇다 보니 그동안 여러 단체를 상대로 강연할 일이 많았는데 국가기관의 장이 된 후로는 공무원, 그중에서도 고위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연할 일이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강의 도중 조금만 우스운 이야기를 해도 다른 곳에선 다들 웃는데 공무원들은 잘 웃지 않을뿐더러 그 증세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심하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인 그녀가 청중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시그널은 오로지 소리뿐인데 청중이 도통 웃지를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다고 하소연해 왔다.
"교수님, 도무지 웃을 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을 확 웃길 수 있는 폭발적인 애드리브 몇 가지 부탁드립니다."
웃긴다고 아무 이야기나 해선 안 된다. 무언가 강연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 그래서 강연 시작 전에 써먹을 적당한 것 하나를 보내 주었다. 그랬더니 2부 들어갈 때 써먹을 보다 강력한 놈을 하나 더 보내 달란다. 고심 끝에 예전에 내가 강의할 때 잘 써먹던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관련 우스갯소리를 하나 보내 주었다.
목사, 기사, Monroe, 그리고 하느님
목사 한 사람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올라가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되었다.
목사: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하지요?”
그러자 하나님이 “지옥“이라 하지 않는가!!
당연히 천당으로 갈 줄 생각했던 그가 너무나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하느님 왈:
“넌 평소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 잠 오게 만들었어.”
이번에는 총알택시 기사가 심판대 앞에서 떨면서 물었다.
“하느님 저는 어디로 가야 하지요?”
그랬더니 하느님께서 “천당.“ 이라 하지 않는가!
당연히 지옥으로 가리라 생각했던 기사가 송구한 듯 다시 물었다.
“제가 어떻게 천당을?”
그러자 하느님이 말했다.
“넌 평소에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도하게 만들었어.”
이번에는 메릴린 먼로가 그 특유의 뇌살적인 미소를 담뿍 머금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걸어가 물었다.
“하느님, 저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요?”
그녀가 걸어오는 동안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던 하느님이 갑자기 노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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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긴 어딜 가, 그냥 내 옆에 앉아 있어!”
이 이야기를 읽은 그녀가 카톡으로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교수님, 다음에 제가 하늘나라에 올라가 하느님께 물었을 때, 넌 어디건 좋으니 멀리 좀 떨어져 있으라 하면 어쩌죠? 하하하"
이번에는 내가 많이 웃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보곤 뭐라 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