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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 May 07. 2024

입시과외의 목표는 과외 없이 잘하는 학생으로 만드는 것

수학 과외 찾느라 50일 동안 고군분투하며 내린 결론


결론만 말하자면 저는 결국, 학원이나 과외 없이 전 과목을 모두 혼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수능으로 돌아오면서, 저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요소는 바로 ‘요즘 트렌드에는 과연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적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설 업체의 힘은 너무 막강해져서, 대형 재수학원에 최소 삼천은 꽂는 게 당연하다는 내용의 커뮤니티 글이 즐비했고, ‘기출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이젠 사설 문제를 돌리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었습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제작되는 사설 문제들은 많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그 겉모습 역시 멋져보였어요.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수학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려워 계속 2등급 언저리에 머무는 중이었습니다. 가장 수능수학이 쉬웠던 시기(‘13~’ 18 )의 문과생에겐 현 통합수학이 무척 버거웠습니다. 이 나이에 동네 학원을 다닐 수는 없었고, 입시에 관해 1:1로 자세한 대화도 주고받고자 과외를 찾아보았습니다.


한 번도 과외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바른 선생님이란 어떤 분인가’를 깨닫는 데 시행착오가 예상보다 많았지만요...




3등급 이하는 그냥 공부량 자체가 부족한 거고, 학생 스스로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땐 잡아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게 맞습니다.


그런데 2등급 이상부터는 다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질적으로 효율적인 루트로 가지 않으면 뒤쳐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모순에 봉착합니다. 사실 본인이 1등급이 나오면 어느 순간 ‘과외도 궁극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라는 걸 깨닫는 지점이 필연적으로 옵니다. 남 설명 듣는 것보다 내가 해설지 보면서 필요한 거 뽑아가며 이해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때 정말 솔직한 선생님이라면, 지금 성적 대라면 앞으로 과외 없이 혼자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세세하게 잡아줄 수 있습니다.




극상위권으로 점점 올라갈수록 나날이 느낍니다.

학원, 특히 대형재수학원, 다 필요 없습니다.

요즘은 사설업체 힘이 너무 세서 꼭 다녀야 한다?

시대인재 재수 3000만 원 필수?


전부 허위마케팅입니다. 저는 400만 원선 안에서 전부 끝낼 겁니다. 사실 이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끝낼 수 있습니다.


그냥 기출을 내가 혼자 다 깨부수고 15 회독은 하는 것이 무조건 우선적이어야 합니다. 수능은 기출, 기출, 또 기출이며 기출은 전혀 ‘이상해지지도’ ‘괴이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안 치르는 과목에 대해서는 말을 덧붙이지 못하겠지만, 가장 주요 과목인 국어와 수학은 오히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표현이 훨씬 적절할 것입니다. 수능 문제는 출제자들의 자부심입니다. 사설은 절대 이 정도의 열정과 논리를 쏟아붓는 문제를 내지 못합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감탄하게 되고, 대치동 비밀스킬을 알아야만 맞추는 문제는 없습니다. 사설을 기출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사설이 기출을 따라갑니다


사설은 전체 1등급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시간이 남아돌면 <그때> 그냥 문제풀이 연습용으로 덧붙이는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가을부터 해도 충분합니다. 국어는 이감 & 바탕 ebs 연계 주간지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기출에 대한 감을 잃지 않도록 꼭 병행하세요.


대형학원은 당신들 컨텐츠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절대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차라리 작은 동네학원이 그 방면으로는 훨씬 솔직하며 1:1 케어도 훨씬 잘해줄 겁니다.




동네 작은 수학학원 하나만 다녔는데도 서울대!?!


사실 너무 당연한 겁니다. 애초에 대형학원 없이도 본인이 다 할 수 있는 능력치가 아니면 아무리 사교육비를 쏟아부어도, 절대 그 성적대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 성적대면 학원 이동시간도 아까울 거예요. 그 시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양이 많으니까요.


입시 과외의 목적은 ‘과외가 없어도 스스로 잘하는 학생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좀 재밌지만, ‘가능한 한 빨리 과외를 졸업하는 게 수업의 궁극적 목표’여야 합니다.


선생인 자신에게 손해여도, 과외가 굳이 필요 없는 순간에 혼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가 나올지 알려주는 선생님이어야 좋습니다. 학생 개개인에 따라 커리큘럼과 진행 속도를 전부 다르게 두고, 저 궁극적 목표를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선생님이 좋습니다.


극단적이지만, 이걸 따르지 않는 선생님이면 사실 다 걸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취미공부면 모르겠는데, 1분 1초가 아까운 고3 입시생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런 분을 찾아서 바른 길로 갑니다. 제가 무엇이 부족하고 현재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가 확실합니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 잘 안다는 건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50일 동안 반드시 피해야 하는 과외선생님 특징으로 몇 가지가 발견되어 언젠가 정리해서 글로 올리고 싶네요! 소위 말하는 메타인지가 되는 상위권이라면 괜찮은데... 아마 중위권 이하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쭉 선생님을 따라갈 것 같다는 우려가 생기더라고요.


10대 자녀를 두신 분들이 많은 듯하여 수능이 끝나면 시간 날 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같은 불필요한 시행착오 (과외비 120만 원) 겪지 마시고 가장 효율적인 길로 달리시길...!


D-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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