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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덜어내는 계절의 가르침

가을비와 상추 모종, 그리고 삶의 균형

by 글쓰는 천사장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굵은 빗줄기가 내렸습니다.


올해 비가 유난히 잦았던 남부 지방에는 또다시 비가 내렸고, 가뭄이 심하던 강릉에도 단비가 되어 닿았습니다.


제가 사는 중부지방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흠뻑 내렸습니다.


마침 어제 쌈채소 모종을 심어두었는데, 반가운 비이면서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모종이 쓰러지진 않을지, 연약한 잎들이 굵은 빗줄기에 찢기진 않을지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 주변을 살피며 모종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온전히 버텨낸 모종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잎이 뜯겨 나간 모종도 보였습니다.


비는 누구에게는 선물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피해가 되듯이, 모종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어떤 싹은 적당히 빗줄기를 맞아 생기를 얻었지만, 또 다른 싹은 버거운 비에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뉴스를 보니 가뭄 해갈의 기쁨과 침수 피해의 안타까움이 동시에 전해졌습니다.

한 가지 현상이지만, 받아들이는 모습은 이렇게 다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함’이라는 것.

무언가 과하면 넘쳐 흘러 피해를 만들고, 부족하면 메마른 갈증을 남깁니다.

좋은 것은 더 가지려 하고, 나쁜 것은 최대한 피하려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만, 결국 균형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적당히라는 말은 일을 대충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욕심을 절제하고, 스스로를 조율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과하게 취하지 않으면, 부족한 부분은 언젠가 채워집니다.


가을비에 젖은 모종들을 바라보며, 삶의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적당히 살아간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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