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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보상,
텃밭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by 글쓰는 천사장

작은 텃밭을 가꾸다 보면 삶의 진리를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며 애써 돌보지만, 원하는 대로만 자라주지는 않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오지 않아도 걱정, 벌레가 생겨도 걱정, 잘 자라지 않아도 걱정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농사가 작물만 키우는 일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마음과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사랑을 쏟아도,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실망하기도 합니다. 노력보다 적은 결과 앞에서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런데 텃밭을 돌보던 어느 날, 땅에 닿아 썩었을 거라 생각했던 가지가 오히려 보랏빛으로 싱싱하게 자라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병충해도 입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히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몇 날 며칠 계속된 비로 다른 작물들이 상처 입었는데, 가지는 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노력의 보상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때로는 다른 방식의 성장으로, 또 다른 가능성으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듯, 튼튼한 뿌리와 줄기를 가진 가지나무는 열매를 끝까지 지켜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식 농사도, 삶의 여정도, 기대보다 부족해 보일 때가 있지만, 어쩌면 그 안에는 더 깊은 뿌리와 생각이 자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노력의 보상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단단히 서 있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텃밭에서 얻은 이 작은 깨달음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에 큰 울림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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