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7일. 다시 설악산으로 갔다. 이번에는 울산바위 코스.
설악산. 한때 한계령 - 대청봉 - 한계령 코스로 산행을 갔었다. 그것도 서너 번은 되는 것 같다. 예전 앨범을 뒤져보다가 그때는 정말 젊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만 되면 짐을 꾸려 꿀잠을 반납하고 설악산으로 향했던 일들이 꿈만 같다. 새벽 3시 48분에 산행을 시작한 기록이 있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확인해 볼 수 있는 추억이다.
나이들 고부터는 설악산 언저리만 훑는다. 수렴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주전골, 흘림골.
울산바위 코스는 처음이다.
산행지는 주로 남편이 선택한다. 내가 가고 싶다고 말할 때도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남편이 스케줄을 잡는 편이다. 이번에는 인제에서 하는 꽃축제 구경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울산바위 산행을 계획했단다.
울산바위 코스의 들머리는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소공원)이다. 신흥사가 있기 때문에 먼저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한다.
소공원으로 들어선다.
설악산은 다른 산과는 다른 멋이 있다.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케이블카는 9시부터 운행한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한산하지만, 케이블카 운행 시간에는 늘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왼쪽으로 가면 비선대로 간다. 울산바위는 보이는 도로를 따라 직진한다.
아직 더운 날씨지만, 가을을 알리려는 듯 구절초가 군데군데 피어있다.
담쟁이도 가을이다.
나뭇잎들도 단풍 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
아, 성질 급한 단풍이 예쁜 모습을 선보인다. 반갑다.
돌계단이 이어진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순서를 기다려야 찍을 수 있다.
계조암이라고 한다. 자장, 원효, 의상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이 수도를 했다는 석굴이 있는 절이다. 그보다 설악산의 명물인 흔들바위로 유명한 곳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데, 실제로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힘줘서 밀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노인이나 아이들도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는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등산로다. 우리는 울산바위로 오르기 위해 더 올라간다.
계단이 시작된다. 아직은 경사가 급하지 않은 편이다.
남편이 울산바위코스가 계단이 많다면서 걱정을 많이 하였다. 나이가 있으니 무릎에 무리가 갈까 봐 염려한 것이다. 경사가 급한 등산로보다는 계단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는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울산바위에 대한 설명을 옮겨보자면 울산바위의 명칭은 기이한 봉우리가 울타리를 설치한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울산시와는 상관이 없다.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울산바위는 둘레가 4km나 된다고 한다.
속초를 올 때마다 자주 보게 되는 울산 바위를 건너편 성인대에 올라가서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울산바위까지 오를 수 있는 등산코스가 있는 줄 몰랐다.
중간에 울산바위를 아래에서 조망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전망대에서 그 웅장한 모습을 담아보았다. 성인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의 반대편이다.
돌계단 사이사이에 통나무를 잘라서 끼워 넣어 발의 피로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돌계단이 끝나고 데크로 된 계단이 시작된다. 조금씩 경사가 급해진다.
아래에서 보이던 웅장한 울산바위의 곁을, 설치된 계단 덕분에 올라가고 있다. 계단을 만들어준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 또 그런 계단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존경스럽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틈새에 살고 있는 나무들의 생명력이 대단하다.
자세히 보니 귀여운 모습이다. 새 한 마리와 물개 한 마리가 친구하고 있다. 눈과 코 모양이 뚜렷하다. 자연의 조화에 감탄한다.
울산바위 위를 걷는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했는데, 해냈다.
속초시의 모습. 높이 올라왔으니 당연히 바다도 보인다.
아래에 보이는 난간까지가 사람이 걸을 수 있게 허용된 한계점이다.
울산바위의 정상이다. 정상석은 따로 없다.
바위의 구멍은 풍화작용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풍화혈이라 부른다.
준비해 간 도시락을 원래는 내려가서 계족암 부근에서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정상 부근에 제법 여러 사람이 쉴 수 있는 데크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미 대여섯 명의 여성 산행객들이 자리를 펼쳐놓고 점심을 먹는 것을 보고 우리도 용기를 내어 도시락을 펼쳤다. 울산바위 위에서의 식사라니! 조금 이른 시간이라 세 팀 정도가 앉아서 쉬었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점심을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추억에 남을 즐거운 식사였다.
내려올 때 보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울산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을 엄두도 못 내었을 것 같다.
산에 오를 때부터 외국인들을 제법 만났는데, 나중에 하산할 때 보니까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내국인이 50명 정도라면 외국인이 100명 정도 되지 않았나 싶었다. 설악산이 우리나라 대표산으로 외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 설악산 울산바위 코스 산행 패키지 상품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했다.
암릉을 오를 수 있게 만든 정말 대단한 계단이다.
소나무의 송진 채취 현장. 우리나라 곳곳의 소나무가 이런 수난을 겼었는데, 설악산 울산바위 등산로에도 제법 그 흔적이 남아있었다.
햇빛을 받아 아침보다 더 붉게 보이는 단풍나무. 곧 울긋불긋 온설 악산이 단풍으로 물들게 되겠지. 울산바위 등산로에는 단풍나무가 꽤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단풍철에 오면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 남편은 그때 되면 관광객으로 붐벼서 오기 힘들 거라고 한다.
미시령 길로 가다가 반대편 울산바위의 모습을 담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