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이 컴퓨터 용어라는 것을 검색해 보고 알았다. 오류나 이벤트를 모두 없애고 시스템을 일반 상태나 초기 상태(0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뜻한다고 한다.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얽혀서 말을 안 듣거나, 아예 작동이 안 될 때 컴퓨터 담당자를 부르기 전에 가끔 했던 일과 비슷하다.
일단 껐다가 재부팅하면 희한하게 언제 그랬냐는 듯 컴퓨터가 잘 작동되기도 한다.
재부팅과 리셋은 좀 다른 개념이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만 끌어와 보자.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하고자 하는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깨달았을 때, 리셋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실패했던 경험은 남아있으니까 다시 시작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임감도 끈기도 부족한 아이였다. 의욕은 많아서 시작은 잘 하지만
끈기 있게 끝까지 해내는 일이 드물었다.
요즘은 아이들 통지표에 쓰는 행동발달상황란에 이런 말을 잘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고하여 쓰던 예시 목록에 있던
<의욕적으로 참여하나 뒷마무리가 부족함>이 딱 어울리는 아이였다.
제법 활동적이었던 나는 중고 시절에도 각종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였는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무슨 일이든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는데 성장 과정의 내게 그런 값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친구 관계도 마찬 가지라 일 년 지나서 반이 바뀌고 나면 단짝친구와의 관계도 끝이 났다.
해가 바뀌면 학년이 바뀌면서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을 리셋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던 내가 초등 39년을 재직하고, 결혼 생활을 44년째 하고 있으니 참 다행한 일이다.
해가 뜨고 지고,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하루로 잡고(시간 상으로는 한밤중 0시가 하루의 시작이다.), 30일 정도의 날이 지나면 달을 바꾸고, 12달 사계절이 지나면 새해가 시작되는 것은 어느 시대에 어느 종족이 그런 이치를 찾아내어 지금에 이르게 했는지 내 짧은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다. 아마 선사시대에 이미 그런 이치를 깨닫지 않았을까. 음력, 양력이 다르긴 했지만 동서양이 비슷하다.
새해 첫 달. 1월을 거론하려고 설명이 길었다. 1월은 시작하기 참 좋은 때이다.
새해 새 소망, 올해의 목표 세우기 등이 1월에 우리가 다른 달과 구별해서 행하고 있는 나를 위한 이벤트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제일 나쁜 말이다. 작심한 지 사흘도 안 되어 포기해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시작하기 잘하는 나로서는 시작을 잘하기보다는 끈기 있게 실천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올 1월에 계획한 일이 몇 가지 된다. 항목 번호를 붙여가며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공표하고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수도 많기 때문이다. 내 신용만 깎일 뿐이다.
올해를 잘 보내고 일 년이 지난 후에 내가 계획한 이 몇 가지 일들이 괜찮은 성과로 나를 기쁘게 하기 바란다.
먼 조상님들의 지혜 덕분에 2025년 새해를 리셋해본다.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눈길 위를 걷는 것처럼 한 발짝 한 발짝 걸어볼 생각에 가슴이 뛴다.
오늘은 다시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