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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버드 Sep 27. 2022

(시) 그곳

그녀는 사지가 붙들렸고 땅에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몸을 뒤틀며 목이 쉬어라 악을 썼다

괴성과 절규와 통곡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그녀는 구급차에 태워졌다

그곳

수많은 철창들

창문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말의 부스러기들

그는 그녀를 그곳에 처넣었다


그날 이후

그곳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살아있다고 느끼면 살아있을 수 없는 곳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죽였다

그녀는 느닷없이 깔깔거리다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으며

개를 산채로 땅에 묻었으며

자신의 얼굴을 짓이겨 놓았으며

무릎을 꿇려 놓은 자신의 아이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그곳에 처넣었다


그는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그는 그녀의 배를 발로 찌르고

그는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그곳에 처넣었다

곧이어 그는 다른 그녀를 찾아 떠났다


그녀는 살아있다고 느끼면 살 수 없는 곳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죽였다

그곳에서

그녀의 형체는 더이상

알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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