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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ez Dec 03. 2023

또 실패하네?

일 년을 돌아도 어려운 참여자 모집

오픈 첫날 1명


또다시 처참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8명 정원 중 단 한 명 모집되었다. 낙담스러운 결과다. 


작년 이맘때 진행한 강릉 워케이션도 참여자 모집에 애를 먹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동굴 속으로 도망쳤다. 소파에 앉아 내리 책을 읽었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 마당에 인스타그램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루 만에 모집을 마감하고 기분 좋게 읽고 싶었던 책을 착잡한 마음으로 넘겼다.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도피해 버렸다. 




다음날 일요일 오후, 마음을 가다듬고 사무실로 갔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방향조차 잡을 수 없는 깜깜한 길 한가운데 서있는 듯했다. 회의실에 앉아 빈종이를 펼쳐놨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구글 애널리틱스, 대시보드를 띄워놓고 의미 있는 숫자를 건지기 시작했다.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손을 움직이며 써내려가니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이내 생각이 또렷해지며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Fact

- 클릭당 비용 219원으로 광고에 흥미를 보였으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음

- 상세페이지 평균 참여시간 평균 5초


Problem

- 상세페이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혼란스러움


Why

- 기획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

- 우리가 설득되지 않으니 다른 사람도 설득할 수 없음


Solution

- 기획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뜯어고치자

- 최소 4명 모집을 목표로 해보자



찬찬히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다. 앞으로 만나게 되는 무수한 실패 중 하나일 뿐. 최악의 상황이라 봤자 참여자 1명과 캠프를 가는 것. (최악의 상황도 재밌잖아?) 


그리고 아직 실패를 바로잡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8명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4명만 모아보자. 


그러던 중 1명이 더 신청했다. 


'와, 이제 2명만 더 모으면 돼!'


풋풋팀 서지 발동


월요일. 팀원들과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다 함께 문제를 깊게 깊게 파고들었다. 팀원 모두 상세페이지가 일관성이 없고 복잡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컨셉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단순화하자. 


팀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자 빠르게 수정할 부분이 보였다. 컨셉을 다시 입히고. 포인트 설명을 바로 세우고. 상세 이미지를 만들고.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 보니 시간을 빠르게 흘렀다.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짖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다시 화살을 던질 차례. 사전에 신청해 준 2명의 참가자에게 양해문자부터 보냈다. 혹시나 프로그램을 취소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우려와 달리 따뜻한 응원이 돌아왔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도 게시글을 새로 올렸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소개했다. 처음 올렸던 게시글과 다르게 수많은 응원과 관심이 쏟아졌다. 



"너무 좋은 기획 의도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해방일지 너무 좋다! 저한테 딱 필요하다구요"


"항상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주시는 노마드맵 화이팅!!"


"컨셉 미쳤다 여행 일정 안 겹치면 가고 싶은데ㅜㅜ"



그 결과, 총 7명의 참여자가 모집되었다. 목표인 4명을 훨씬 넘은 인원. 문제를 파악하고 재기획한 대처가 통했다. 드디어 기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팀이 겪을 실패가 또 얼마나 많을까. 시도를 하는 만큼 실패도 많을 테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 실패를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실패가 눈앞에 있을 때 도망치지 말아야지. 문제를 파악하고 시도할 수 있는 걸 해봐야지. 도망치지 않는다면 더 나아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 



<스마트폰 해방촌>은 2023년 12월 앵콜 오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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