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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나무 김영주 Nov 12. 2024

말할 때 기분 좋은 아이, 글 쓸 때 행복한 아이!

다중지능ㅡ언어지능에 대하여

말과 글에 능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 생각이나 감정을 말이나 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바로바로 표현할 수 있다니...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바로바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니까.


하워드 가드너가 다중지능이론에서 언급한 8가지 지능에는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친화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이 있다. 이 중에서 뭔가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지능 중 하나가 언어지능이다.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언어가 능한 사람들, 즉 말이나 글에 능한 사람들이다.



둘째인 아들을 키우면서 이 아이는 언어지능이 높구나 생각을 했다. 아들은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쫑알쫑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4세 때였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도 집에 자석블록이 있었으면 좋겠어. 어린이집에서 자석블록을 가지고 놀았는데 너무 재미있었어."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네 살짜리가 어쩜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예쁜 말로 표현하는거지? 내심 놀라며 자석블록을 사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는 말을 많이 할 때 기분이 좋아."


 외향적인 성격 탓도 있겠지만, 아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말 신나게 하는 스타일이다.


ChatGPT가 그려줬어요.


말을 많이 할 때 기분이 좋아하지는 아이,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우리, 편하게 말해요라는 책에서도 그런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어린 시절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계방송하듯 어머니께 이야기했다고 한다. 밥 먹으면서도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니까 아버지가 그만 떠들고 밥이나 먹으라고 나무랐다고 하는데, 그때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놔두세요, 재미있잖아요."


감동이지 않은가. 이금희 아나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는 어머니 덕분에 말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진 아나운서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부모가 언어지능이 높은 자녀의 말을 잘 들어주고 호응해 준다면 자녀의 언어지능은 활짝 꽃피게 될 것이다.



우리집 아들은 또 웃기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책에서 읽었든, 누군가에게 들었든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으면 꼭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한다. 스토리를 잘 기억하고, 말로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처럼 언어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단어나 문장 등 언어적인 정보를 잘 기억하고 특히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언어지능이 높다고 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내향적인 성격인 경우에는 말보다 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보면 필력이 대단한 학생들이 있다. 스승의 날이나 졸업식 때 학생에게 받은 편지를 보고 감동을 넘어 감탄을 한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학생이 이메일로 과제를 제출하며 자신의 고민을 담아 쓴 몇 구절에 가슴이 시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얼마나 고민을 하고 글을 쓰면 이런 깊이 있는 문장이 나오는 걸까 신기했다. 그랬던 학생이 졸업 후 대학생이 되어 만난 적이 있다. 그 제자는 내게 시집을 한 권 선물해 주면서 저자가 어떤 시인인지를 정성껏 설명해 주었다. 제자는 내가 인스타그램에 읽은 책 내용을 한 번씩 게시물로 올리는 것을 보고, 내가 문학보다는 주로 사회과학도서 위주의 독서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모양이다. 문예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이 친구는 알고 보니 해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찾아서 꼭 읽어본다고 했다. 역시 언어지능이 높은 대학생다웠다.


ChatGPT가 그려줬어요.

말과 글은 사람들과 소통할 때도 중요한 도구이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내가 막연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욕구를 정확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벌써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내면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나 보다.


사실 언어지능이 높은 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좋은 학업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높다. 주요 과목을 떠올려보면 금방 이해가 되리라.


국어, 영어 성적은 기본적으로 언어지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언어적 기억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암기도 잘한다. 새로운 어휘에 대한 관심도 많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과목을 공부할 때도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암기해야 한다. 언어지능이 높은 학생이라면 사회 교과서를 읽고 기억하거나,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는 데도 유리할 수밖에.


게다가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높은 내신 시험에도 높은 언어지능은 큰 도움이 된다. 언어지능이 높은 학생이라면 대입 논술전형을 준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말과 글에 능한 사람들에게 제2, 제3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나는 언어지능이 강점까지는 아니지만 언어지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 사람이다. 언어지능이 높은 아들을 키우며 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아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좋은 책을 찾아 함께 읽으며 언어지능을 함께 키워가야겠다. 그리고 말과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더더 용기를 내봐야겠다. 그리고 언어지능이 높은 제자에게 선물 받았던 시집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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