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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19. 2024

#11 아니 이건, 비밀의 노트?

노트 속에 비밀은....?

아니 이건, 비밀의 노트?    

      

며칠 전 서랍을 정리하다 노트 한 권을 발견한다. 연한 민트색의 스프링 노트. 아! 짧은 감탄사와 함께 그 시절로 초고속으로 달려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아이와 20분 정도의 수다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아이는 엄마 팔베개를 하고 누워 얘기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평소 말이 많지 않은 아이지만 이때만큼은 조잘조잘 잘도 얘기한다. 나는 가끔 감사한 일에 관해 물어보곤 했었다.     


다행히 아이는 감사함과 감사일기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감사일기를 쓰는 엄마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내가 감사일기를 적고 있을 때면 조용히 다가와 기웃거리기도 한다.


“너도 써 볼래?”라고 물어보면 쓰는 것은 귀찮은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든다. 굳이 강요는 하지 않는다. 언제가 때가 되면 하리라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일기로 쓸 수도 있음을 이미 알게 된 너이기에 언젠가 너에게 필요한 그 날이 오면 자연스레 너도 감사를 글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까?      


이날 우연히 발견한 노트 속에는 어떤 비밀스러운 내용이 있을까?


바로 내가 아이에게 “오늘 감사한 일은 어떤 게 있었을까? 더도 말고 딱 5개만.”이라고 물어봤을 때 아이가 대답한 내용을 아이 모르게 적어 놓은 것과 가끔 아이에게 쓰는 편지가 적혀 있다.


감사일기를 옮겨 놓은 것과 그때그때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기억하고 싶은 일을 간단하게 메모해 놓은 것이다. 엄마에게 혼난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도 있다. 강원도 여행 중에 적은 엽서까지 참 다양했다.      

그때 그 시절 아이의 감사일기는 정말 아이답다.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야식을 먹어서 감사합니다.’를 시작으로, 꼬북이 과자를 먹어서 감사하고, 마사지를 받아서 감사하고, 잠을 많이 자서 감사하고, 음악을 많이 들어서 감사하다고 한다.      


다른 날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먹어서 감사한 우리 아이. 아이다운 감사일기라 엄마로서 더 많이 감사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감사일기를 접할 수 있게 해 준 건 결과적으로 훌륭한 일이었다. 설명과 이해보다는 가슴으로 그냥 알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감사에 관한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 2학년 때다. 내가 책상에 올려놓았던 데보라 노빌의 <감사의 힘>을 자기가 읽겠다며 가져가서는 밑줄 긋고, 볼펜으로 쓰고 책에 다 난리를 쳐놓았었다.


아이가 그 책에서 무엇을 이해했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것이 알고 보면 감사한 일이 넘쳐나는 세상으로의 첫 입문이다. 그 자체가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지 않은가.     

아이야!

나는 방을 조용히 빠져나와 민트색 노트를 펼치고 너를 향해 감사일기를 옮기고 편지를 쓰며 색칠을 하던 그 순간이 너무나 충만했고 감사했단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나에게 보여준다. 내가 세상은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고 하면 감사할 일이 넘쳐나는 법이다. 감사일기를 쓰는 이유도 감사할 일이 넘치는 세상에 살기 위함이지 않을까?      


아이의 감사일기 중 하나는

감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게 있다."   


나는

감사를 아는 사람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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