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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23. 2024

#15 내 것이 되는 순간 짐이다.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어...


‘세상은 “내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내면의 자유는 사라지고 인생이 괴로워진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알고 보면 우리는 수많은 ‘내 것’을 만들고 소유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고 심지어 세상아! 한 번 덤벼보라는 것처럼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은지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어느 날 아이가 나갔다오더니 군것질거리를 몇 개 들고 온다. 펼쳐 보이며 나에게 먹고 싶은 것으로 선택하라고 한다. 과자 하나를 고르는 순간, 그것은 내 것이 되었나 보다.


식탁 위에 올려놓은 과자를 아빠가 아무 말 없이 먹는 것을 본 아이가      

“아빠, 그거 엄마껀데?”     

라고 말한다. 왜 엄마 것을 아무 말도 없이 먹는거야? 하는 말이겠지. 그 말을 듣고 내가,     

“괜찮아. 누가 먹으면 어때.”     

라고 하자,

“그래도 먹는다고 얘기는 해야지. 엄마는 다 내어주네.”

“처음부터 엄마 과자도 아니었는데 뭐. 너도 저게 처음부터 너의 것은 아니었잖아.”      


문득 요즘 아이들은 다 저렇게 내 것과 네 것이 분명한가 싶기도 하고 나도 저 나이때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이해해 본다.


그랬다. 어찌되었든 우리 안에는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강한 경계가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 내 것을 향한 소유의 눈빛을 보낼라치면 우리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챈다. 그리고 뺏기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한다. 인생이 괴로워진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내 것을 지키는데 쏟는 에너지는 어쩔 것인가? 잔뜩 긴장한 부정적 에너지의 최초 수혜자는 바로 나임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여기서 소유는 물질적인 것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소유가 있다. 내 친구, 내 가족 등등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든 존재한다.


소유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를 괴롭게 하는 소유는 비워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넘치는 소유 말이다.


과자 하나를 가지고도 ‘내 것’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다. 처음부터 내 것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이미 충분한데 더 많은 소유를 원하고 있으니 나에게 없는 것만 눈에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는가?      


잠시 마음을 멈추고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넘치는 것은 비우고, 빈 것은 채워주는 그런 아름다운 비움과 채움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또한, 짐이 되는 내 것은 과감히 덜어낼 줄 아는 용기 있는 그런 사람일 수 있기를.      


괴로운 인생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난 늘 아이가 던져주는 화두를 잘 받아먹는다. 아이는 내 삶의 질문자이고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는 탐구자이다. 아이의 한마디에 ‘내 것’을 생각해 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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