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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24. 2024

#16 바다거북의 여정

생명은 순환하고 사랑은 어디나 있다

바다거북의 여정...   

  

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한다는 뜻의 ‘각자도생’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바다거북의 일생을 보면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다.   

  

바다거북의 일생은 어미 거북이 태어났던 바닷가 모래 속의 알에서 시작한다. 아니 계속 순환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미도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말이다.      


어미 바다거북은 해변에 50센티 정도의 모래를 파내 그 속에 알을 낳고 모래로 다시 덮어두고 바로 바다로 돌아간다. 4시간 정도 해변에 나와 있는 이 시간이 바다거북에겐 폐를 비롯한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라고 한다.   

   

새끼 바다거북은 50여 일이 지나고 모래 속에서 알을 스스로 깨고 모래 밖으로 나온다. 새끼 바다거북에게는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도 사치인가 싶다. 철저히 혼자다. 그리고 이것은 바다거북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여정의 시작이다.  

    

새끼 바다거북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바다로 향한다. 하늘엔 새들이 새끼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인정사정없이 낚아채 간다. 운이 좋아 바다에 도착해도 바다엔 뱀상어가 새끼들을 기다리고 있다. 100마리의 알이 깨어나도 겨우 한 마리만 살아서 바다로 간다고 하니 어미 없는 설움이 너무 크다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저 많은 새끼를 어찌 다 지킬까만은 포식자도 어미가 지키고 있으면 함부로 덤비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바다거북은 성체가 되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태어났던 해변으로 돌아간다. 장장 2000KM의 바다를 돌아오기도 한다고 하는데 그 비밀은 지구의 자기장에 있다고 한다. 지구의 자기장은 각자 다른 서명을 남긴다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각자 다른 주파수, 흔적, 아니면 주소쯤으로 다 다르게 인식된다는 뜻일 것이다. 바다거북은 자신이 태어났던 해변의 서명을 기억하고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미 바다거북은 또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생명은 계속 순환한다.      


바다거북이야말로 진정한 ‘각자도생’의 표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엄마를 한 번도 볼 수 없고, 그렇게 많은 알을 낳으면서도 단 한 마리의 새끼도 볼 수도 없으니 그 마음이 어떨까 헤아려진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한낱 인간 엄마의 눈으로 보는 편견일 수도 있다. 바다거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지극한 사랑을 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실제로 엄마 거북은 알을 낳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이 되면 낳지 않고 몇 번이고 바다로 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해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되는 곳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자신의 알이 무사히 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홀로 태어난 새끼들이 무사히 살아남아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얼마나 바랄까 싶다.   

   

그렇게 살아남은 바다거북은 200년 이상도 살 수 있다는 말이 반가웠다. 세상을 혼자 시작해서 어렵게 살아남았으니 오래 바다에서 가고 싶은 곳 자유롭게 다니며 장수하다 가는 것이 바다거북에겐 최고의 성공이 아니겠는가. 더 오래오래 살다 가렴.      


오늘은 바다거북의 위대한 여정에서 내 인생이 참 따뜻했음을 깨닫는다. 언제나 오뉴월 땡볕의 뜨거움을 가려주었던 엄마가 옆에 계셨으니 더 무엇을 바랄 것이 있을 것인가!  

    

“어릴 때는 엄마 그늘이 얼마나 큰지 몰라. 아니면 서러워.”     


하던 엄마의 말을 지금은 내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그때 엄마가 했던 말뜻을 이제는 알겠다. 내가 아이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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