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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Mar 20. 2024

#3 엄마, 눈이 오네

23년 12월 24일 눈 내리는 새벽...

엄마, 눈이 오네. 보고 있어? (23년 12월 24일 아침에)     


엄마, 눈이 오네!

엄마도 보고 있어?


밤새 내렸나 봐.     

엄마는 초저녁 선잠을 자고 밤새 깨어있었을까?

엄마, 그때부터 내렸어?

엄마, 무슨 생각 했어?     


이놈의 자식들 야속하다 했을까?

이놈의 내 새끼들 보고 싶다 했을까?     


엄마, 엄마라 불렀을 때 "왜"라고 대답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나는 좋은데, 엄마는 힘들지?   

  

엄마, 밤에 헛소리를 자주 한다고 하는 

여사님의 말에 또 가슴이 철렁.

딸네 집에 간다고 그랬다는 말에 가슴이 아프고….

그 집이 언니였을까? 나였을까?     


그런데 엄마, 나 후회되는 게 있어.

왜 엄마 얘기를 더 듣지 않았을까?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외면했을까? 


아파도 더 많이 들어둘걸….     

그럼 엄마를 더 이해했을까?


아파서 듣기 싫었어.

엄마 삶에 햇살 드는 날이 보이지 않아서,

가슴을 불에 데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그만하라고 화냈던 거야.  

   

엄마, 그러지 말아야 했어.

더 들어야 했어. 후회되고 미안해.


지금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더 엄마가 해 줄 수가 없어.

왜 그랬을까…. 엄마.     


엄마, 그래도 행복했던 날은 있었어?

엄마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왜 그것조차 안 물어봤지?   

  

엄마, 사랑해. 고맙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는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었나 보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산골 동네는 춥기도 추웠지만, 눈도 많이 내렸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사과나무는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아 어린 마음에도 좋았었던 것 같다. 눈을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하얀 사과나무가 눈앞에 나타나니 말이다.    

 

눈 오는 새벽이 엄마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던가? 엄마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다. 지금은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졌지만, 엄마의 정신은 여전히 강건하다. 엄마는 내가 바로 서고 제대로 살 수 있게 지켜봐 주는 고목이다. 


나의 작은 영웅은 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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