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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Mar 21. 2024

#4 달그락달그락

엄마의 도마 소리...


"달그락달그락"     


등 뒤에서 이른 아침을 먹는 아이의 수저가 그릇에 닿으며 나는 소리가 들린다.

시금치를 다듬던 엄마는 아이에게 지나가듯 말한다.    

  

“딸, 네가 밥 먹을 때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세상 제일 듣기 좋은 음악 같아.”     


라고 말이다.     


이상하지. 금속 덩어리 수저와 사기그릇이 부딪치고 긁히며 나는 공기의 파동이

왜 이렇게 듣기 좋은 건지 모르겠다.    

  

“자식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갈 때가 제일 행복하다.”     

라는 엄마의 마음일까?   

       

어린 시절,    

 

“톡톡, 탁탁”    

  

도마 위에서 칼이 춤추듯 내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았었다.

엄마가 부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울 게 없었다.  

   

엄마의 도마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냥 좋았다.

나에겐 도마 위에서 칼이 춤추는 소리가 음악이었으리라.     


엄마와 자식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엄마는 자식 입에 무어라도 들어가면 그저 흐뭇하고, 자식은 엄마가 나를 위해

부엌에 서 있기를 바라는 것인가 보다.  

    

아이가 엄마의 밥을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당당히 먹고 있는 것처럼,

나도 엄마의 밥상은 늘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더는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없는 날이 오면 그때 깨닫는다.

끝은 바로 코앞에 있었는데 내가 몰랐다는 사실을.   

  

엄마의 도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억만금을 가져다준다 해도 다시는 도마에서 칼을 춤추게 하는 엄마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래서 억울하고 서럽다.  

    

이제 엄마가 가진 건 병원의 작은 침대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아프다.  

        

그 옛날 시골집 굴뚝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날 시간이다.

모두 행복한 저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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