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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Oct 30. 2023

고무나무야, 고마워.

식물의 생존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장바구니 무료배송을 채우려고 세일 중인 식물을 담았던 것. 그중 하나는 생명력이 정말 좋다는 고무나무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쑥쑥 커갔다. 어느새 1.5배 정도만큼 자라난 고무나무는 방 빈구석을 기분 좋게 초록으로 채워주는 든든한 (미니) 나무로 성장하고 있었다.


 한참 일이 바쁠 시기, 야근이 잦아지니 집안의 가장이자 주부인 나는 나조차 챙기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고, 미처 내 생각뭉치로 식물이 들어올 틈이 없어지게 되자 식물은 시무룩한 티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무나무를 포함한 집안의 식물은 방치되었다.

그 사이 나는 방치된다는 사실도, 식물들이 시무룩한 티를 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 PT 시즌이 끝나고 오랜만에 6시 퇴근을 하고 나니 그제야 풀이 죽은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게 식물들인데 어째서 보지 못했던 거지?


유튜브에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식물은 기억한다'


 이 영상을 보고 후로 나는 식물에게 물을 줄 땐 항상 예쁜 말을 하려고 한다 ㅎ; 나는 미안하다고 물을 못줬구나 하면서 물을 듬뿍 주었다. 시무룩하던 식물은 내가 자고 일어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팔팔해져 있었다.



아, 그때 문득 그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조차 신경 쓰지 못하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지는구나.

그리고 식물은 이렇게나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구나.


그렇다. 자신의 상태에 솔직한 식물들. 물과 햇빛이라는 양분이 주어져야 살아갈 수 있는 식물은 자신이 필요한 물이나 햇빛이 적당히 주어지지 못하면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잎을 떨군다던지, 평소보다 잎이 쳐져있거나 성장이 더디거나. 뿌리가 상해 잎이 썩어 들어가거나.


생존을 위해 이렇게 식물은 자신의 상태를 잘 드러낼 수 있게, 그렇게 양분을 받을 수 있게 생존해 왔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에게 양분을 줄 수 있다. 말도 할 줄 알고 생각도 하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걸을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양분을 제공하면 된다. 대신, 중요한 건 식물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 감정을 잘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몰랐던 이면을 들여다보거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어야 시든 식물에 물을 주듯 자신 스스로에게 물, 즉 양분을 줄 수 있다.



 사람은 모두 무에서 순간의 유가 되고, 다시 무로 돌아간다. 순간의 유가 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건지 그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얻어가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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