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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Jun 26. 2023

2022. 5. 9. 월요일. 육아일기.

신경치료 - part 1 -

  때는 녹음이 푸르게 변하며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4월 중순이었다. 그날 봄봄(둘째)이는 도담(첫째)이와 안방에서 놀다가 자칫하면 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고였는… 사고가 발생했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4월 24일 토요일 저녁. 식사 후 도담이와 봄봄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방에서 두 녀석이 잘 놀고 있길래 아내와 나는 거실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틈틈이 안방을 들여다보고 두 녀석이 잘 놀고 있는지 확인했다. 꽤 오랜 시간 두 녀석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놀아서 나와 아내는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봄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평소 봄봄이 울음소리의 고저(?)로 그녀의 통증 강도를 파악하고는 했는데 이번 울음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나는 봄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안방으로 뛰어가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도담이에게 물었다.


  "도담아 어떻게 된 일이야??!!"

  "응 아빠. 봄봄이가 침대에서 놀다가 넘어졌는데 넘어지면서 앞니를 창틀에 부딪혔어요."


  도담이의 설명을 듣고 봄봄이의 앞니를 살펴보니 앞니가 있는 잇몸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이를 살짝 건드려 보기만 해도 봄봄이는 이가 아프다며 자지러지게 울었다. 나는 놀란 봄봄이를 안아서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울음이 그쳤다. 진정이 된 봄봄이에게 피가 나는지 확인해 보자며 입을 벌려달라고 부탁했다. 입안을 살펴보니 다행히 피는 멈추어 있었다. 피도 멎고 진정이 된 봄봄이가 다시 오빠와 노는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됐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앞니로 음식을 깨문 봄봄이는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이후 한동안 앞니로 음식을 깨물지 못했다. 생각보다 심하게 다친 것이다.


  며칠 지나고 봄봄이가 앞니로 음식을 깨물어도 아파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안심하며 '자연스럽게 나아지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봄봄이가 다쳤다는 사실 자체를 머릿속에서 조금씩 지워나가고 있었다.


  5월이 된 어느 날. 무심결에 봄봄이가 웃을 때 그녀의 앞니를 봤는데 이 색깔이 다른 이의 색깔과 달랐다. 약간 검은색으로 변색이 되어 있었다. 이 색깔이 변한 상황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봄봄이가 다친 이를 아파하지 않았고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별일 아니겠지'하며 시간이 또 흘렀다.


  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도담이도 6살에 벽에 이를 부딪치고 이가 검게 변색이 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저절로 하얀색으로 돌아왔었다. 봄봄이가 다친 상황과 정말 똑같은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괜찮아졌던 도담이의 모습이 떠올라, 봄봄이도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봄봄이는 도담이와 상황이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니의 색깔이 더욱 검은색으로 변해갔고 나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 인근에 있는 어린이 치과에 봄봄이를 데리고 갔다. 봄봄이의 이를 본 치과의사는 앞니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의사는 나에게 설명했다. 현재 봄봄이의 앞니는 신경이 죽은 상태라 검은색으로 변색이 되는 상태이고 신경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젖니(유아 때 자라고 빠지는 치아)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간니(젖니가 빠지고 자라는 영구 치아)에도 영향을 주어 간니가 나오는데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현재 봄봄이의 상태가 안 좋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힘이 들었다. 게다가 의사가 설명해 주는 치료 방법을 들으니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가 힘들었다. 의사는 봄봄이처럼 어린아이들은 신경치료를 깨어 있을 때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수면 유도제를 이용해 아이를 재우고 치료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 전 날 봄봄이가 3~4시간만 자야 한다. 그래야만 수면 유도제를 통해 아이를 재우고 신경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끝으로 의사는 치료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치료 절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당장 치료하자고 했지만 아내와 상의도 해야 했고 봄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해맑게 웃으며 장난치는 봄봄이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그 힘든 신경치료를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그래도 신경치료를 하지 않으면 간니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해야겠지. 하지만 큰 치료인 만큼 다른 병원의 소견도 한번 들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조만간 다른 치과에 예약을 해야겠다.


  오늘은 마음이 정말 아프다. 왠지 나 때문에 우리 봄봄이가 다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다. 만약 '내가 거실에서 아내와 이야기하지 않고 봄봄이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울고 싶었다. 어쩌다 크게 다쳐서 앞니의 통증 때문에 고생하고, 5살에 경험할 필요가 전혀 없는 신경치료라는 과정을 겪을 수도 있다니…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봄봄이는 나를 보며 씨익 하고 웃는다. 부모로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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