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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Jan 26. 2024

2022. 7. 31. 일요일. 육아일기.

가족이니까!, 영화관 나들이

  우리 집 거실에는 50w의 출력을 지니고 있는 휴대용 스피커가 놓여 있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음악이 거실의 공기를 타고 흐른다. 나는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주말에 음악을 차분하게 듣고 있으면 일을 하며 쌓였던 한 주간의 피로가 싹 풀어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주말에 재생해 놓은 음악을 도담(첫째)이와 봄봄(둘째)이가 반 강제적(?)으로 들어서 두 아이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본인은 노래를 정확히 흥얼거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듣기에는 한국어가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래서 영어 조기 교육을 강조하는 군…'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주변 환경을 흡수한다.


  오늘도 나는 음악을 재생시켜 놓았다. 다들 할 일을 하며 귓속으로 들어오는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헤어져도 괜찮아~'라는 가사가 나왔고, 그 문장을 들은 봄봄이가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말을 한다.


  "아빠! 헤어져도 괜찮죠?"

  "봄봄아. 갑자기 그건 왜?"

  "음… 친구들이랑 헤어져도 내일 또 만나니까요!"


  올해 5살(만 나이 3살)이 된 봄봄이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삶의 이치를 음악을 통해 깨달았다. 사람의 인연은 매우 소중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봄봄이도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을 통해 봄봄이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지만 나는 아빠기 때문에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봄봄이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할 테니까…'


  나는 거실에서 봄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와 놀고 있는 봄봄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꽂이로 뛰어간다. 한참 고민하면서 책을 살펴본 후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꺼내어 나에게 달려온다.


  "아빠. 책 읽어주세요!"

  "(장난으로) 아빠 힘들어서 책 읽어주기 싫은데… 어쩌지?"


  당연히 읽어줄 줄 알았던 아빠가 본인이 가지고 온 책을 읽어주기 싫다고 하자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봄봄이의 표정을 통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가 없다. 나는 순간 '내가 장난쳐서 기분이 상했나?' 생각하며 봄봄이를 자세히 살핀다. 봄봄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인다. '봄봄이가 본인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봄봄이의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생각 정리를 끝낸 봄봄이가 나에게 말한다.


  "아빠!"

  "응?"

  "우리 가족이잖아?"

  "응"

  "가족이 책 읽어달라고 하면 책 계속 읽어주는 거야! 우리는 가족이잖아!"

  "으… 응… 그래. 알겠어 봄봄아. 책 읽어줄게."


  갑작스러운 '가족이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면 읽어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나의 이성은 무너졌고 봄봄이가 가지고 오는 책을 계속 읽어준다. 우린 가족이니까…


  도담이는 오늘 유치원 친구들과 집 인근 영화관으로 영화 관람을 하러 갔다. 유치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본인 포함 3명 있는데(본인들 스스로 3 총사라 칭함),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해서 약속을 정했다. 아이들이 보기로 한 영화는 뽀로로 극장판이다. 도담이는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감에 따라 놀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봄봄이와 2살 터울인데도 불구하고 놀이의 수준이 다르다. 도담이와 봄봄이를 보며 생각한다. 얼른 봄봄이가 성장해서 우리 네 식구가 함께 영화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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