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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Feb 06. 2024

2022. 8. 4. 목요일. 육아일기.

유치원 방학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

  도담(첫째), 봄봄(둘째)이 유치원 방학 때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아내와 상의한 끝에 '(유치원) 방학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 동안 도담, 봄봄이가 아빠, 엄마와 즐겁고 재미있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 간 하루도 빠짐없이 놀았다. 시간을 보낼 때는 몰랐는데 방학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의 막바지에 결국 일이 터졌다. 도담, 봄봄이 둘 다 감기에 걸린 것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들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골골대는 두 녀석의 모습에 심한 감기에 걸렸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쉽게 넘어갈 감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도담, 봄봄이가 아침 식사를 끝내자마자 나는 외출 준비를 하여 집 인근에 위치한 소아과에 아이들과 함께 갔다.


  우리 가족이 사는 지역은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다. 도담, 봄봄이가 아파서 소아과에 가면 어느 소아과에 가든지 대기가 30분 이상일 때가 많다. 목요일 아침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기 환자가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 소아과에 도착했다. 진료 대기 환자가 표시되어 있는 병원 내 텔레비전 화면을 보았다. 이미 대기 환자는 15명이 넘었다. 진료 시작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1시간 훌쩍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우리 3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내 쉰 한숨을 들었는지 간호사 분이 나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주변 소아과 대부분 여름휴가로 휴원 한 곳이 많아서 저희 병원에 더 몰려서 그래요."


  1시간 대기 후 진료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도담, 봄봄이에게 약을 먹이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방학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에 따라 국립중앙 박물관에 있는 국립 한글 박물관에 갔다. 국립 한글 박물관 내에 한글 놀이터가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다. 한글 놀이터에 입장을 위해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우리는 예약 시간 전에 미리 국립 한글 박물관에 도착했고 한글 놀이터에 들어가기 전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글 박물관에는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한글 창제 원리, 세종대왕, 훈민정음, 한글과 관련된 각종 미디어 아트 등이 총 7개의 큰 테마로 구분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한글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 놀이터 예약 시간이 되어 우리는 놀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놀이터 내부는 잘 만들어 놓은 깨끗한 키즈 카페 같았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 미끄럼틀, 한글을 활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게임 등이 있다. 도담, 봄봄이에게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정신없이 놀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결국 집으로 갈 시간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공간과 헤어질 때가 찾아오면 도담이와 봄봄이는 언제나 아쉬워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사는 이치 아닌가? 즐겁고 행복한 것은 헤어질 때가 찾아오면 늘 아쉬운 법이니까. 누군가의 만남과 같이.


  차에 타고 집으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두 녀석은 조금 전에 놀았던 한글 놀이터에 대해서 조잘조잘 대화를 했다. 조금 시끄러워 운전할 때 정신없었지만 도담, 봄봄이가 참새처럼 짹짹거리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예뻐 흐뭇하게 귀로 듣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운전에 집중하느라 눈치를 채지 못했던 내가 순간 아이들에 대해 생각을 떠올린 순간 차 안이 적막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룸미러로 두 아이를 슬쩍 보니 즐겁게 조잘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오후에는 외출을 했으니 두 아이에게는 매우 고된 하루였을 것이다.


  계획상으로는 내일 에버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봤다. 피곤함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도담이와 봄봄이의 얼굴을 보고 '내일은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야겠군.'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우리 봄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잠들어 전에 나에게 해석하기 어려운 명제를 남기고 깊은 잠들어 빠져 버렸다. 덕분에 운전하는 내내 나는 졸음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잠에 취한 상태로) 아빠… 나… 졸린데, 안 졸려요…"

  "응…?"


  우리 봄봄이는 아마도 '졸음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밀려오지만 어떻게 잠들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을 나에게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그녀의 문장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어이구 봄봄아. 아직도 클 날이 많이 남아서 잠드는 방법도 모르는구나! 그래도 너의 엉뚱한 모습에 오늘도 또 한 번 웃는다. 고맙고 사랑한다. 나의 예쁜 둘째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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