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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Feb 14. 2024

2022. 8. 16. 화요일. 육아일기.

사교육 진입고 씁쓸함

  며칠 동안 도담(첫째)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낼지에 대해 고민하던 우리 부부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도담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이 문장을 보고 누구는 생각할 것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뭘 그렇게 고민해?'


  나와 아내는 도담, 봄봄(둘째)이의 사교육 진입을 최대한 늦추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첫 사교육 진입 시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는 아무 걱정 없이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외적으로 보이는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늦은 시간까지 사교육에 희생되며 살아가지 않도록 나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점은 '어떻게 살아가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아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원하고 동경하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삶의 방식 말고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한 사람은 곧 하나의 삶의 방식 그 자체니까.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도담, 봄봄이의 사교육 진입을 늦추고 싶었다.


  도담이 유치원 친구들은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등등 이미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도담이에게 학원을 권유하지 않았다. 도담이도 학원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였고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삶이 즐거워 보였다. 도담이가 현재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기에 적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도담이의 사교육 진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7살(만 5세)이 된 도담이를 벌써 태권도 학원에 보내야 하는 기로에 놓일 줄이야. 내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담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우리의 권유가 아니라 도담이 본인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의 이른 출근 시간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도담, 봄봄이는 언제나 1등으로 유치원에 등원한다. 처음에는 꼭두새벽에 조그마한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일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두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릴 때면 발이 떨어지지 않아 유치원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지각할 뻔했던 적도 많다. 하지만 아빠의 걱정과는 다르게 두 아이는 너무나 빠르게 본인이 감당해야 할 상황을 받아들였고 적응했다. 그런 두 아이를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대견스러웠다. 나의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내 자녀처럼 대견스럽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도담이의 유치원 등원 시간과 비슷한 친구가 두 명 있다. 도담이가 유치원에 등원하고 얼마 뒤에 두 아이도 등원을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도담이까지 포함한 세 아이는 저절로 친해졌다. 도담이를 포함한 세 아이가 등원한 이후에 다른 아이들이 등원할 때까지 최소 1시간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세 아이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시간을 보냈고 함께 놀면서 저절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 아침에 함께하는 친구들이 태권도 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도담이의 태권도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친구 두 명이 모두 태권도 학원에 다녀서 도담이도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었을 것이다. 도담이는 친하게 지내는 두 친구와 유치원이 끝난 시간에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지 고민 끝에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던 것이다. 얼마 전 도담이가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부르며 말했다.


  "아빠! 아빠!"

  "응. 도담아?"

  "나. 태권도 학원 다니고 싶어요!"


  도담이에게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나중에 도담이도 사교육을 하게 될 텐데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담이 입에서 먼저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살짝 당황했다. 나는 도담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난 후 말을 꺼냈다.


  "도담아. 지금부터 학원에 다닐 필요 없어. 도담이가 지금보다 더 크면 원하지 않아도 학원을 다녀야 하는 시기가 올 거야. 아빠는 도담이가 학원 다니는 데 시간을 사용하기보다 즐겁게 노는데 시간을 더 사용했으면 좋겠는데. 도담아. 꼭 다니고 싶어?"

  "(충분히 고민 후에) 네! 다니고 싶어요."


  아빠가 먼저 학원에 다니라고 권하고 도담이가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상황이 아니라 아들이 먼저 아빠에게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는데 아무리 아빠, 엄마의 교육 철학이 사교육을 늦게 시작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들이 원한다면 안 들어줄 수 없지 않겠는가. 도담이가 나에게 이야기하고 나는 아내랑 도담이의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할지 상의했다. 아내와 상의 후 내린 결론은 먼저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태권도 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태권도 체험을 원하면 1~2일 정도 무료로 수업을 들어볼 수 있는 제도)을 1~2일 참여해보고 도담이가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하면 등록하기로 했다.


  다음날 도담이에게 태권도 학원 체험을 해보자고 말했다. 유치원이 끝나고 친구들이 다니는 시간에 맞추어 도담이도 태권도 수업에 참여했다. 태권도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도담이에게 나는 물었다.


  "도담아. 태권도 학원 어땠어?"

  "재미있어요! 아빠 나 태권도 학원 다닐래요!"

  "그래. 등록하고 다음 주부터 정식으로 다녀보자."


  어느 신문 기사에서 읽었다. 요즘 시대는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 학원을 다녀야만 한다고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유치원, 초등학교가 끝난 이후에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유치원 끝나는 시간이나 초등학교 방과 후 시간에 인근 놀이터를 둘러보면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기사를 읽는 내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만나려면 학원을 가야 하다니!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걸까? 부모를 모두 일터로 내모는 경제 상황 때문에? 아니면 경제 상황이 매우 좋아져서 아이를 모두 멋지게 키워내고 싶은 부모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맞벌이 부부일 경우 부모님의 도움이 없다면 아이들의 케어가 불가능하여 학원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끝나는 초등학생의 경우 낮 시간에는 돌봄 교실을 가거나 학원을 가지 않으면 돌봄 자체가 불가능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 학교가 끝났을 때 언제나 친구와 함께였다. 함께 야구하고 술래잡기하고, 물 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자리, 개구리, 올챙이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밤에 친구들과 만나 쥐불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 없이 학원에 가거나 휴대전화,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인간관계를 쌓아나간다.


  시대가 변했으니 변한 환경을 내가 받아들이며 우리 아이들이 커 나가는 세상에 적응을 해야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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