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일자로 생활지도부장이 되다.

위기 or 기회?!

by 최고의 교사

22학년도 신학기 업무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과 건강체육부 기획을 맡아 일을 하던 나는 9월 1일자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유지하며 생활지도부장이 되었다. 22학년도 2학기는 내 교직생활을 통틀어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나는 22학년도에 맡을 업무로 건강체육부 기획과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선택했다. 체육부 기획업무는 21년도에도 했기 때문에 보다 알차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3학년 담임 같은 경우에는 18년도에 3학년 담임을 한 이후에 줄곳 다른 학년만 담임을 했기 때문에 그동안 변화한 대학 입시를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다행히 내가 선택한대로 업무를 배정 받았고 나는 22년 3월 2일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을 시작했다.


21학년도에 나와 함께 건강체육부에서 근무하던 체육선생님이 한 분 있었다. 그 분은 교육전문직이 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그 분은 22학년도에 생활지도부장이 되어 건강체육부를 떠났다. 같이 오랫동안 근무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결과 교직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학생을 매우 사랑하는 분이었다. 또한 행정업무 처리를 깔끔하게 하며 전문직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서 오래 전부터 교육청 일을 도왔다. 그 체육선생님은 생활지도부로 자리를 옮기며 나에게 말했다.


"22년도에 교육전문직 시험을 보려고 한다."


나는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2015년 이후부터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도 교육 최전선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동안 쌓아온 지혜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멋진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지냈었다. 그런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체육선생님이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지만.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던 체육선생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기에 22년도에 응시한 교육전문직 시험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번에 합격했다.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맡고 있던 체육선생님이 교육전문직 시험에 합격했다. 발령은 보통 합격한 해의 9월 1일에 난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생활지도부장이 공석이 된다는 말이다. 교육전문직 합격 발표가 난 이후에 학교에서도 2학기에 생활지도부장을 맡을 사람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복도에서 마주친 체육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학교에서 후임 생활지도부장님을 찾느라 고생이 많은가봐요. 할 사람이 있다고 하나요?"

"그게 마음이 걸려서요. 제가 교육청에다 올해까지는 학교에서 맡은 업무를 마무리 하고 싶으니, 내년에 발령 내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교감선생님께 들었는데, 개인이 요청하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시네요."


체육선생님의 말을 듣고 '모두가 원하는대로 잘 처리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학교 내에 떠돌았다. 즉, 그 체육선생님은 9월 1일자로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 생활지도부장의 부재가 확정됐다. 교감선생님은 생활지도부 부서 내 선생님 중에 부장 업무를 맡아줄 분이 있는지 의견을 물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교감선생님이 생각한 몇몇 선생님께 생활지도부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교감선생님은 처음에 나를 생활지도부장 적임자에서 제외했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는데,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맡으면 내가 운영하던 3학년 학급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위에 생활지도부장을 맡겠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맡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물어보셨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답을 할 수 없었다. 3학년 담임이기도 했고, 아침에 자녀를 등원시키고 출근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 출근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교감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맡을 사람을 찾았지만 도저히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인사자문위원회가 개최되었다. 각 부서별로 생활지도부장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을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추천받아 마지막으로 다시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부탁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러 사람들이 거론 됐지만 그 중에 내가 또 추천 되었다. 그리고 교감 선생님은 나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처음 이야기를 들을 순간부터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새로운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기 때문이다.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한 2015년 이후부터 체육부에서만 근무해 온 나는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학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했는데 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교감선생님의 제안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생활지도부장 업무에 대한 4가지 부담감도 있었다. 첫째는 생활지도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한번도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부장업무를 맡게되는 점이다. 두번째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생활지도부서에 중간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유치원에 나의 자녀를 등원 시킨 후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등교맞이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은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생활지도부장은 업무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보통 담임을 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교감 선생님의 제안을 수락하면 내가 운영하던 학급을 다른 선생님이 맡아야 하는데, 3학년 학생들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중간에 담임을 바꾼다는 게 내 마음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인데 중간에 담임교사가 바뀐다면 얼마나 불안해 하겠는가. 그리고 9월에 있는 수시모집 지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새로운 업무, 새로운 환경을 경험에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더욱 우세하여 교감선생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 대신 담임 역할은 내가 끝까지 마무리 짓고 싶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왠지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1일. 생활지도부장겸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부터 바쁜 학교 일상이 시작됐다.


생활지도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고 중간에 투입 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부서 업무를 파악해야 했다. 9월 1일이 되기 전부터 생활지도부에서 만들거나, 생활지도부에 접수된 공문을 보기 시작했는데 더욱 속도를 내야만 했다. 체육수업을 하며 남는 시간에는 각종 생활지도 사안을 처리했다. 틈틈이 우리반 학생들 수시 지원을 위한 상담도 마무리 해야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숨이 턱턱 막혔다. 내가 일을 처리 하는 속도 보다 일이 쌓이는 속도가 더 크다 보니 퇴근 시간은 자연스럽게 늦어졌다.


내가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생활지도부에서 근무중인 부서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중간에 부장이 바뀌어서 그들도 나름 불편한 점이 많았을텐데도 친절하게 나를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이다. 많이 바쁘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그 자체가 재미있었다. 업무를 하면 할수록 생활지도부가 나에게 잘 맞는 부서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생활지도부에서 근무하게 되면 아무래도 교칙을 어기는 학생을 조금 더 많이 만나게 된다. 단순히 학교 규칙을 어기는 학생에서부터 심하면 선생님께 예의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까지 아주 다양한 학생들을 만난다. 많은 선생님이 생활지도부에서의 근무를 피하려고 하는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그 학생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일이 재미있다. 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래포를 형성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 뿌듯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건 아니다. 끝까지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 중 일부의 학생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나의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도해도 줄어들지 않고 쌓여만 가던 일, 영원할 것만 같던 일이 생활지도부 업무가 손에 익고 고3 학급 아이들의 수시 지원이 끝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월부터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곳에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11월, 12월은 마음의 여유를 갖으면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조금 더 잘하려는데 노력을 기울이며 마무리했다.


처음에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맡겠다고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린 이후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생활지도부장과 고3담임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생활지도부에서 한번도 근무해본 적이 없는데 부장 업무 수행이 가능하긴 할까?', '그냥 하지 못한다고 다시 말씀드릴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들이 끝도 없이 떠오르며 나를 괴롭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 때문에 발생하는 불안감일 뿐인데 너무 두려워했다. 아마도 그 경험에 대한 실체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도 해보지 않고 걱정을 하면 시작도 못하고 끝난다. 시작이 두려워 고민과 걱정을 하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막상 시작해 보면 내가 생각했던 걱정과 고민들이 대부분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시작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괜찮다. 해결하고 또 나아가면 되니까. 시작은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주니까.


이번 경험을 계기로 나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비록 6개월 간의 경험이긴 하지만 생활지도부장과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함께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려운 일을 생활지도부 근무 경험이 한번도 없는 7년차 교사인 내가 큰 사고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어떤 일을 맡게 되더라도 잘 해낼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생겼고 일을 더욱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요즘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학생들과 나만의 철학이 있는 체육수업을 함께 즐기고, 그들과 나름 소통이 되는 편이며 일에 대한 욕심과 즐거움도 찾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고 성장하다 보면 먼 훗날의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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