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저녁_저스트 텐동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점
이 매거진을 만들어 놓고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다. 오늘이 딱 군대라는 조직에서 제대를 한 지 1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참 신기하다.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군대에 진짜 갈지 그리고 제대는 할 수 있을지 그 당시에 보면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사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시간이라는 미리 정해진 거대한 규칙에 의해 달성되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맛있는 것은 나눌수록 맛있어질까, 아니면 혼자 더 많이 먹는 게 맛있을까. 맛있다의 정의와 기준은 뭘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무엇일까.
오늘의 음식은 텐동이다. 텐동은 내가 자주 접해 보지 못한 일식 요리다. 밥에 덴푸라(튀김)이 올라가 있어서 그릇에 튀김을 덜어내고 간장 소스와 함께 비벼서 먹는 요리이다. 중고등학교 친구가 학교 근처로 놀러 와서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맛있는 텐동집에 데려갔다. 나는 닭튀김 중심 야키토리 텐동을 친구는 시그니처인 저스트 텐동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밥을 한번 더 리필할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은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었지만 이색적인 음식이 주는 신선함과 맛에 만족했다.
자취를 하면 가장 좋은 점이 엄마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면서 가장 큰 단점이 엄마가 집에 없다는 점이다. 초6 때부터 고3까지 7년의 기숙사 생활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기숙사에 가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대학교와 군대 그리고 다시 복학으로 인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연차로 따지면 10년 정도 된 걸까. 어떤 일이든 1년 이상 하면 그래도 그 분야 초보자한테 간단한 설명 같은 거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나는 기숙사 10년을 살았는데 어떤 능력이 있을까. 10년 동안 살다 보니 나도 방 청소, 분리수거, 그리고 요리등 다양한 삶의 부분을 연습할 수 있었다. 10년 기숙사 생활 장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독립심이라고 말할 듯싶다. 특히 혼자서 사는 자취나 기숙사 생활은 매 사소한 일상 가운데 독립심을 요구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마치 어미 독수리가 비행연습을 시켜주기 위해 아기 독수리를 둥지에서 떨어트리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독립을 하는 사람이 겪는 수많은 감정중 하나는 두려움에 휩싸인 아기 독수리 마음과 비슷하다.
먹기 싫은 나물이 나올 때마다 시답지 않은 투정을 부리면서 고기반찬을 더 집어먹으면 되는 상황이 참 감사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밥을 먹는 건 30분도 안 걸리는 쉬운 일인데 누군가는 힘들게 몇 시간을 요리해서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차 타는 건 너무나 지루하고 졸리기만 한 일인 줄 알았는데, 누군가한테는 고도의 집중력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사고 싶은 옷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간단한 말 한마디면 되지만, 그 옷을 사려면 누군가한테 육체적, 정신적 힘듦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끼니를 챙기는 게 집에서 엄마한테 말하면 단순하게 차려지는 밥상이 아니라 직접 수고를 해서 능동적으로 해결해야 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로 다가오는 게 참 어색하다. 항상 받기만 하다가 나한테 스스로 줘야 되는 입장이 오니까 완전히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아마 이 텐동을 만드신 분도 자신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 내 텐동을 만들어 주신 게 아닐까. 이렇게 보면 참 감사할게 넘쳐나는 인생이다. 당연하게 받는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 겸손하게 만드는 사실이지 않을까.
오늘의 텐동은 부모님의 나물밥상이 그리워지는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