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전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 짧게 작성했던 글이 있다. 기록할 수단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그것들을 활용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리고 있는 나에 대한 회의감. 그것을 반성하며 새로운 목표를 다지는 다소 대충 휘갈겨 놓은 다짐의 글이었다. 그땐 그 글을 이렇게 곱씹어 다시 읽게 될 줄 몰랐다. 기록이란 것은 이렇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기억 없는 시간은 기록이 없는 한 삭제된다. 이런 방면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내 글처럼, 기록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를 중시하고 잘 지내면 그만인 사고방식에서는 기록이 주는 의미가 과연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한편에 드는 건 사실이다. 그저 지금을 즐기고 잘 살면 그만이지 뭣하러 고심해서 글로 남기는가.
아직 갈팡질팡하는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 개발에 목적을 두고 있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죄라는 듯 굴었던 나는 정작 그 진정한 목적과 의미를 느끼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그저 현시점의 내 생각과 이상을 정리하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 향상에 집중하는 모순의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하나 우스운 점은 있다. 바로 일주일 전에 쓴 글만 봐도 오글거리고 바로 고치고 싶다는 점이다.
혹시 특별한 게 없다면 이런 것을 느끼는 게 기록의 시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제의 나를 오늘 돌아보고, 오늘의 나를 내일 돌아보며 나 자신을 꾹꾹 정리해 가는 것. 그렇게 과거의 나를 오늘의 내가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의 수단이 바로 기록이라는 것을 되뇌어 본다. 언젠가는 어제의 나를 대면했을 때 오글거림과 창피함보단 제법 감탄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때가 올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며, 다시 이 글을 읽고있을 미래의 나에게 미리 사과한다.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