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여러분은 오백자 나라를 아시나요?
사람들 중에는 오백자 나라가 있다는 걸
아는 이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오백자 나라에는
글자 요정들만 살고 있거든요.
이곳에 사는 요정들은 태어나는 날부터
매일 500개씩 글자 줍기를 하는 임무가 주어집니다.
숨어 있는 고운 글자를 찾아내고 잘 확인해서
무지갯빛 항아리에 담아 인간 세상에 뿌려준답니다.
세상에 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요정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어린이들의 동화책 속이나
어른들이 읽는 문학 책 속에다
뿌려주는 것이랍니다.
요정들은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살짝 뿌려주고 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요정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살아가요.
요정들이 예쁜 글자들을 뿌려주려고
날마다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안다면
사람들은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오백자 나라의 새싹이는 태어난 지
98일째 되는 요정이랍니다.
태어나자마자 글자 줍기를 하는 요정나라에선
매일매일이 너무 바빠요.
글자만 모은 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곱고 예쁜 말로 모아지고 있는지,
열심히 고민해야 하거든요.
혹시 게을러지기라도 하면 요정들은
오백자 나라에서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오백자 나라 요정들은 다들
정말 열심히 글자 줍기를 해요.
오백자 줍기만 하면 그날의 분량은 끝나지만,
글자 줍기를 너무 좋아하는 요정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신이 나서 더 많이 줍기도 해요.
예쁜 글자를 많이 줍는 요정은 나중에
자신만의 주렁주렁 글자 나무를 만들기가
조금쯤은 더 쉬워지겠죠.
오백자 나라에 태어난 요정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불려진 이름이 바로
제일 처음 접하는 글자랍니다.
새싹이는 자기 이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파릇파릇 돋아나오는 새싹처럼
앞으로 자라날 시간들이 기대됐거든요.
오백자 나라의 요정들은 100일이 될 때까지는
글자 줍기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살펴야 해요.
요정들은 자기가 줍게 된 글자뿐만 아니라
다른 요정이 주워온 글자들도 수시로 살펴주며
더 예쁜 말을 찾을 수 있게 서로서로 도와주고 있어요.
새싹이는 속도가 느린 요정이었어요.
느리다고 하는 요정들보다도 조금 더
줍는 속도가 느렸어요.
새싹이에게는 예쁜 글자들을 빨리 찾아낼 수 있는
감각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어떤 글자들을 찾아야 할지 몰라
날마다 오백자를 모으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매일 걱정 때문에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났어요.
하루 종일 생각하고 찾아도 예쁜 글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날에는
이러다 정말 오백자 나라에서 추방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얼마 전에는 공지사항을 잘 확인하지 않은
요정 친구들이 정말 오백자 나라에서 추방당했거든요.
예쁜 글자를 찾는 일이 중요한 만큼
오백자 나라는 굉장히 엄격했답니다.
오백자 나라에서는 추방당하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일도 흔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요정들도 흔했어요.
그날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새싹이는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새싹이는 자신의 오백자 줍기도 바빠서
다른 친구들의 글자를 살펴볼 시간조차 없었는데
100일이 가까워오는 이제야
다른 요정들의 글자들도 살펴볼 여유가
아주 조금 생기기 시작했어요.
다른 요정들의 예쁜 글자를 읽다 보니
자신의 부족한 점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됐죠.
아직 수준이 안되어서 그것이 어떻게 예쁜 글자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 것들도 많지 뭐예요.
열심히 예쁜 글자들을 줍다 보면
언젠가는 새싹이에게도 다른 요정들처럼
더 근사하고 멋진 글자들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날이 오겠죠?
새싹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자신만의 예쁜 글자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싱싱한 글자 나무를 하나 키우고 싶어요.
그러면 예쁜 글자만 똑똑 따서
세상에 뿌리기가 훨씬 쉬워질 테니까요.
나중에 자신의 글자 나무가 무성해져서
세상 사람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는 글자들을
많이 뿌려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직은 100일도 안 된 요정이라
그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새싹이에게는
날마다 오백자 글자 줍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찾아낸 글자 항아리를 보면
순간순간 기가 죽고 자신이 없어지기도 해요.
그런데도 새싹이가 98일이 된 지금까지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오백자 나라에는 새싹이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요정 친구들이 있었답니다.
그 친구들이 있어서 새싹이는
아무리 오백자 줍기가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내며 지낼 수 있었어요.
'응원'이는 늘 새싹이에게
"너를 응원해"라고 말해줘서
너무너무 든든한 친구예요.
예쁜 글자를 찾지 못해서 기운 빠지는 날에도
응원한다고 말해주면 힘이 나요.
'재미'는 새싹이가 모아 놓은 글자들이
"너무 재미있어"라고 말해줘서 좋아요.
글자 모으기 힘들어서 막 슬프다가도
그 말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신선'이는 과묵해서 자주는 말해주지 않지만
늘 반복되는 글자 줍기에 지친 새싹이에게
"오늘 건 좀 신선한 걸 모았네"라고 얘기해 줘서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준답니다.
'칭찬'이는 늘 새싹이가 지치지는 않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지금도 잘했어"라며 늘 칭찬을 해줘요.
칭찬은 언제나 마음이 뭉클해지죠.
'격려'는 오백자 나라의 어머니 요정 같아요.
새싹이가 어떤 글자를 모아놓아도
항상 자매로운 어머니처럼
제일 예쁜 점만 찾아내어 말해줘요. 그래서
겁내지 않고 씩씩하게 글자를 모아도 될 것 같은
힘을 전해준답니다.
'용기'는 한 번씩 결정적인 한방으로
새싹이에게 힘을 북돋워 주죠.
미래의 주렁주렁 글자 나무 주인은
반드시 새싹이가 될 거라며 용기를 주고
덕분에 계속 꿈꾸게 해 줘요.
그렇게 옆에서 도와주는 요정 친구들 덕분에
새싹이는 날마다 오백자 춥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답니다.
요정들에게 주어지는 특별 선물이 있어요.
100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예쁜 글자들을 많이 찾아내면
'될성부른 떡잎 글자방 이용 상품권'이
선물로 주어진답니다.
새싹이 처럼 초보 요정들은
100일이 최대의 고비거든요.
지쳐서 탈락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희망'을 살짝 뿌려주는 방이라고 들었어요.
98일 요정 새싹이는 100일이 코앞이라서
오늘도 열심히 오백자 줍기를 위해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디 보자!
어디에 예쁜 글자가 더 많이 숨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