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만 해도 모자란 인생이야!
나는 누워서 하일권 작가님의 작품을 하루 종일 읽는 것을 좋아한다. 누워서 보는 게 포인트인지, 하일권 작가님의 작품이 포인트인지 그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다. 둘 다 좋아한다.
나는 락 밴드를 좋아하는 데, 팝 밴드도 좋아하고, 인디음악, 힙합까지 좋아한다. 검정치마의 Antifreeze,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 백예린의 물고기, Arizona Zervas의 Zone, Post Malone의 Goodbyes, Queen의 Don't stop me now. 특히 LP를 좋아한다. 지지직 거리는 옛날 감성을 좋아한다. 구하기 어려운 것을 좋아한다. 다른 건 다 팔아도 LP를 팔 생각은 절대 없다.
나는 하이볼을 좋아한다. 어떤 하이볼이던 생강맛이 나는 것만 아니면 다 좋다. 얼그레이 하이볼을 가장 좋아한다. 20대 초중반, 할맥 하이볼을 마시러 동래역까지 뛰어갔던 날이 절반이다. 약속도 모두 할맥, 이유는 하이볼이 땡겨서. 할맥 알바분들께 뭐가 들어가는지 여쭤본 후 벨스를 집에 5병씩 쟁여뒀었다. 캠핑 갈 때도, 호캉스 갈 때도 다른 짐 다 버리고 벨스와 토닉워터만 가득 챙겼다.
나는 휴양지를 좋아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 장거리 비행 대신 5시간 내 비행 거리에 있는, 수영장이 있는 휴양지를 좋아한다. 베트남 나트랑을 가장 좋아하며, 아직 가 보지 못한 기대되는 휴양지는 발리이다. 직항 7시간이지만 발리라면 괜찮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면 7시간은 금방이겠지.
나는 필라테스를 좋아한다. 필라테스복을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좋다. 운동 중 가장 오래했기 때문에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하기도 하다. 변태같지만 근육이 늘어날 때 느껴지는 그 고통이 중독적이다.
나는 폴로를 좋아한다. 단정한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바쁜 아침에 어떻게 매치해도 어울리는 그 핏이 좋다. 폴로 매장을 우리 집 옷장에 넣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평생 다른 브랜드 못 입고 폴로만 입기 대 폴로 빼고 다른 브랜드 모두 입기 중 고른다면 나는 닥전이다. 폴로가 나고, 내가 폴로다.
나는 딸기가 들어간 디저트를 좋아한다. 딸기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딸기에 생크림이나 꿀을 얹힌 디저트는 모두 좋아한다. 아이스크림도 딸기맛을 제일 좋아하고, 딸기가 들어간 과자가 나오면 시도해보는 편이다. 다만, 약국에서 주는 딸기 약물맛이 난다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안녕.
나는 2명이서 만나는 모임을 좋아한다. 3명 이상부터 기가 빨려서 말이 없어진다. 특히 시끄러운 술자리라면 30분 후에 나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두 명이서 나누는 그 복닥함이 너무 좋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전문가도 아니고, 글이라고는 레포트 작성이 다이지만, 글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언젠가 하이볼을 파는 책방을 여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꿈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부지런히 브런치에 글 적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