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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중철학자 Nov 20. 2024

부서진 벽이 아름다운 이유

벽에 덕지덕지 묻힌 흰색 시멘트. 덜 발린곳은 자글한 금이 새겨졌다. 낡은 창문. 



창문을 둘러싼 시멘트만 유난히 균열이 많다. 습기가 차서 그런 건지, 바르고 또 덧바른 흔적이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찰흙을 코에 묻혀 성형수술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매끄러운 다른 표면과 달리 창문만 억지로 벽에 붙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혹은 요즘의 카페의 유행 때문인지, 이 창가의 어설프고 초라한 시멘트는 오히려 감성을 더하는 무늬가 되어주고 있다. 최근 들어 감성 있다는 카페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부서진 벽’도 마찬가지다. 깨진 벽돌 사이를 드나들면서, 부서지고 낡은 것들이 이처럼 자연스러움을 준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전문용어로 이런 디자인을 ‘모던 로프트’라고 한다. 로프트는 본디 창고, 공터와 같은 의미로, ‘공장을 개조한 아파트’로 불려지기도 했다.     

로프트 인테리어의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푼이 아쉬운 예술가들의 작업실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50년대, 항구도시였던 뉴욕 소호의 공장단지가 2차 산업으로 인해 쇠퇴하면서, 곳곳에 빈 공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뉴욕시는 이 건물을 헐값으로 예술가들에게 임대해 주었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높은 천장, 노출된 금속 배관, 큰 창문이 있는 공간에서 먹고자며 그림을 그렸다.      


시간이 흘러 1980년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인테리어로 로프트 스타일을 차츰 사용하게 된다. 커스텀이 가능한 로프트의 개방형 구조는 현대 가구와 만나면서 창의적인 공간이 되었다. 깨지고 낡은 것들이 현대를 만나자 미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미적으로 불완정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나에게도 낡은 관습과 불온전함이 있다. 나는 통제된 환경을 극도로 싫어하고, 옆에서 지적하며 불만을 표하기 좋아하는 반항아다. 나는 깨진 벽과 같다. 남들은 학교에서 매일 숙제를 잘 내고, 좋은 직장에 가서 매일 좋은 습관을 통해 훌륭한 평판과 이미지를 유지할 때, 나는 어려서부터 학교를 비판했고, 커서는 회사와 사회를 비판했다. 당연히 환영받을 리가 없었다. 환영받았다면 머리가 비었거나 나를 귀여워하는 아주 극소수의 취향들 뿐이다.


나는 나와 반대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 그의 통제력과, 그의 성공습관과, 그의 훌륭한 관계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의 불온전함과, 흐트러짐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모던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나의 날카로움이 다듬어졌을 땐, 누구나 드나들어도 안전한 깨진 벽으로서 기능할 날이 올 것이다.      



나의 불온전함은 온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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