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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마밍 Dec 07. 2022

미국 살이 11년 차, 나의 영어 성장 기

개미 같은 꾸준함으로 승부하는 11년 차 미국 살이

어느덧 미국 살이 11년차가 되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상상했던 11년 후의 나는 제법 영어가 유창해지고, 미국 사람들도 사귀게 되고, 대학원 학위도 받게 되는 대채로 밝고 희망찬 미래였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현실은 연년생 아이 넷 엄마.

미국에 와서 받은 학위도 아무것도 없고 아직도 영어를 습득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유튜브를 기웃거리며 Broken English를 사용하는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그래도 11년 전 맥도널드에서 주문조차 못하던 그때의 나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성장해있는 것을 알기에 짧게나마 나의 영어 성장기를 공유해본다.

그리고 그 성장은 최근 2년 사이에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지난 11년 중 2년을 제외한 9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영어 성장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확실히 지난 2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편의상 성장부분을 세가지로 나누었음)


1. 듣기


- 홈스쿨, 플래너 유튜브 시청 & 쉐도잉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쉐도잉 할 때 난 내가 좋아하는 유투버들의 영상을 쉐도잉했다.

팬데믹 이 전까지 난 유튜브 하는 사람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짧은 영상들에 흥미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유튜브가 미치는 악영향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유투브 영상을 보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아이 넷을 육아하며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

헌데 내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바로 팬데믹.

팬데믹이 전 세계의 생활패턴을 바꾼 것처럼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팬데믹으로 단기 홈스쿨을 시작하게 되었던 우리 아이들.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던 중 홈스쿨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미국에서 하는 홈스쿨이니 자연스레 미국 엄마들의 다양한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커리큘럼, 데일리 루틴, 샬롯 메이슨의 홈스쿨 팟 캐스트 등 하루에 몇 시간씩 라디오를 듣듯이 지속적으로 영상을 틀어두게 되었다. 영상에서 정보를 얻어야하니 처음 대여섯번은 영상을 꼼꼼히 보며 그 안에 정보와 내 귀에 들리는 정보가 일치한 지 여러번 보며 확인을 하게 되었다. 대충 영상 내용이 귀에 익게 되면 한 영상을 반복적으로 틀어놓고 틈틈이 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이해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계속 들었던 부분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할 때를 제외한 청소, 설겆이, 빨래 등 살림을 하는 시간 대부분 귀에 이어 버드를 꽂고 라디오를 듣듯이 들었다.

그렇게 영상내용이 많이 익숙해지면 영상에 나오는 엄마들이 하는 말을 웅얼웅얼 따라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것이 쉐도잉이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들리지 않던 것들이 다양한 홈스쿨 채널을 오가며 말하는 문맥이나 패턴, 사용 단어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영어로 말하는 걸 듣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아마 영어가 영어로 이해되는 머리가 이때 조금 생긴것 같다.


수십 번을 듣게 되면 대략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어를 몰라서 이해가 도지 않는 부분들은 그 단어를 찾아 적어놓고 들었다. 처음부터 안 들린다고 단어부터 찾기 시작하면 취미에서 공부로 부담이 생기기에 우선은 무작정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60% 정도 이해가 되면 전체적으로 내용이 파악될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다. 그러다 80% 정도 듣고 이해하게 되고 그때 즈음, 모르는 단어를 한두 개 정도 찾아서 그 단어를 이해하고 다시 듣는다. 그렇게 되면 무언가 막혔던 물꼬가 탁 트이듯 90% 정도가 들리는 성과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1년 정도 꾸준히 한우물을 파 듣고 나니 미국에서 살면서 8년 동안 뚫리지 않았던 듣는 귀가 조금 뚫렸다.

여기서 중요한건, 아는만큼 뚤린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단어 주구장창 백번을 들어도 그 단어를 모르면 앞뒤 문맥을 이해해도 그 말의 정확한 내용을 알아낼 수가 없다. 

실제로, 한 커리큘럼을 리뷰하는 홈스쿨 유투버의 한가지 영상을 스무번 넘게 들었는데 내용이 그 커리큘럼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대부분이 이해했는데 핵심단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 한두번 주의 깊게 듣고 나머지는 흘려듣다가 스무번쯤 들었을 때 그 단어를 찾아보지 않으면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겠구나 하는 판단에 그 단어를 들리는대로 적어서 찾아보았다. 알고보니 그 단어가 그 영상의 핵심단어였던 것. 그 단어의 의미를 알자 스무번여 들으면서도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단번에 이해가 되어졌다. 이렇듯, 영어는 내가 아는 만큼 들린다. 그래서 많은 영어 전문가 유투버 분들이 자신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이나 영상물을 선택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재료를 찾으라고 누누히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단어를 달달 외워야하느냐?

그건 아직도 쉬이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처음 유투브 영상들을 접하고 듣기 시작할 때,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고 때마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처럼 여러번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찾아본 단어들이 여럿 있었다. 난 이렇게 단어를 확장해가고 있다. 물론 더 많은 단어를 외우면 좋겠지만 더 이상 단어가 강제로 외워지지 않으니 다양한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단어를 확장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2. 말하기

- 캠블리

 

영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산다고 해서 다들 영어를 쓰며 살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살아도 영어에 노출되는 비율이 낮으면 오히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도 못한 정도의 영어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아이가 넷에 그렇다할 사회생활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 던 난, 사는 장소만 미국일 뿐 한국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계속 영어 공부에 목을 매었나 보다.


듣는 귀가 어느 정도 열리자 말을 하고 싶어졌다. 쉐도잉으로 다져진 말하기의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동네 엄마들과 5분 미만의 수다를 떨기도 했지만 사실 그들의 이야기 속도에 내가 끼어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그 마저도 대화를 놓치는 경우가 일수였다.

그리고 사실, 미국 엄마들은 나와 이야기 나누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내가 그들이 말하는 속도에 끼어들거나 바로 이해하고 받아치지 못하기에 나중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웃다가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이 캠블리였다. 친구 중 한 명이 미국 살이 9년 차인데 아직도 영어를 버벅댄다며 함께 해보자고 하여 시작했던 캠블리.

캠블리를 하며 말하기 실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정말 큰 도움을 받은 건 규칙적으로 영어를 말할 상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게 누구든, 규칙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캠블리를 시작했을 때가 미국 살이 10년 차였다. 10년 동안 사용했던 영어보다 캠블리를 시작하고 열심히 활용했던 6개월 동안 사용한 영어가 더 많을 거라는 확신이 든 것도 그 때문이다. 간헐적인 영어 사용이 아닌 일주일에 두 번씩 30분간 튜터와 나누는 이야기. 사실 내가 사용하는 영어 패턴도 비슷하고 틀리는 곳도 계속 틀리지만 한 가지 얻은 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틀려도 계속해서 연결해서 말하는 것. 

확실히 캠블리를 하면서 동네 엄마들과의 수다에 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진 건 아니지만 마음의 부담이 놓아졌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막내의 미국 유치원에 Sub teacher apply를 하고 파트타임이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유치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와서 하는 두 번째 사회생활이지만 첫 번째 직장이 한인 유치원이었으니 미국 사회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선생님들과의 small talk에는 끼어들 순 없지만 그래도 캠블리로 얻은 자신감으로 취업에 성공했으니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고 있다.


3. 쓰기

: College Composition 

미국 살이 11년 간, 장문의 글쓰기를 얼마나 해보았을까 싶지만 사실 난 지금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Early Childhood Education을 공부하고 있는 파트타임 학생이다.

이 공부도 대략 7년 전부터 시작을 했는데 아직도 못 끝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그 부분을 공부해서 적어도 2년 안에 자격증 또는 Associate Degree를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글쓰기가 내게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온라인으로 듣는 수업이라 과제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학생들 리포트에 매번 댓글을 달아야 하기에 그 들의 글을 읽고 이해하고 대여섯 문장으로 댓글을 달아주어야 한다. 

여러 수업을 들어본 후 가장 어려웠던 수업은 단연코 College Composition이었지 싶다.

영어 글쓰기 수업. 일반적인 글쓰기부터 리포트 쓰는 법, 리서치 하는 법 등 다양한 글쓰기 형식과 문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수업이다.

미국은 이 수업을 들어야지만 다른 수업들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수업의 prerequisite 인 수업.

그만큼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순서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이 수업을 들으며 아무생각 없이 순서없이 써서 냈다가 awkward라는 단어가 잔뜩 써진 리포트를 돌려받은 씁쓸한 기억이 너무나도 많다.


한국식으로 사고해서 쓰는 문장들도 문제가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글쓰기 순서가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보게 된 것은, 한국식 사고를 다 버리고 미국 사람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번역하듯 글쓰기를 하면 미국 교수님들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미국에도 묘사라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직설적으로 정확하게 써야 한다. 묘사는 그 후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글쓰기.

이건 말하기와도 연결되는 듯하다. 무언갈 말할 때 내가 무엇을 말할 건지 먼저 주제를 던져주고 그에 따른 분연 설명을 하는 것. 이걸 하려면 미국 사람으로 사고하는 스위치를 켜야 한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지만 사실 미국 커뮤니티 컬리지에는 글쓰기를 더 못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학교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세가지 커뮤니티 컬리지에는 한문장도 쉬이 읽히지 않는 글들이 대다수였다 - 문법, 단어, 문맥의 오류 등). 단지 내가 영어가 자유롭지 못하다 뿐이지 그들보다 못할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수업을 통해 알게 되어 글쓰기 또한 자신감을 갖고 쓰려한다. 문법이 걱정될 땐 그동안 쓴 글을 복사해서 이메일에 붙여 넣어본다. 워드보다 이메일이 더 정확하게 고쳐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사용하게 된 방법. 물론 약간의 편법 같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성적을 잘 받아야 패스를 할 수 있고, 따로 튜터를 만나서 공부할 수없는 나로써는 이메일을 사용한 문법 수정이 하나의 튜터나 다름없는 셈인 것이다.



여기까지 미국 살이 11년 차, 아이 넷 엄마의 영어 성장기이다. 


미국에 와서 영어 향상을 위해 아무 노력하지 않았던 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늘 무언가를 배우려고 했으며 늘기 위해 노력했다. 연년생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컬리지 수업도, 홈스쿨을 위해 듣기 시작했던 유튜브, 말을 잘해서 영어 유치원에 취업하고자 시작했던 캠블리도, 결국은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난 지금도 유창하고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초급에서 중급으로 건너뛴 단계라고 해야할까. 말하다 보면 문법은 어느덧 저 멀리 떠나 있고, 그저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지껄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끝나버리는 순간들도 많지만 그래도 미국 사람들 앞에서 뻔뻔하게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 자채가 내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영어 학습에 대한 정보가 여기저기 넘쳐나는 시대에 나만의 학습방법을 찾고 꾸준함으로 해낸다면, 1년 후 중급에서 중고급 그 어딘가에 성장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으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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