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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마밍 May 24. 2022

아이넷맘 육아일기: 공간의 나눔과 정리

사남매 육아

#아이넷맘 #육아일기

  아이가 넷이고 유치원 선생님이었도 육아는 참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부분의 어려움은 아이들간의 싸움을 중재하고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잘 풀어나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여느집 아이들처럼 사이좋게 놀기도 하지만 싸우기도 많이 싸운다. 그 싸움의 대부분은 아이들끼리 서로의 물건을 만지게 되며 일어나게 된다. 바로 '소유'의 문제.
아이넷을 키우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서로 나누어 쓰는 법, 함께 쓰는 법을 가르치지만 때론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각자에게 원하는 것을 하나씩 사준다던지 더 어릴 땐 똑같은 물건을 네개씩 똑같이 사주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번 글에선 아이 넷을 키우고 있는 우리 가정에서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들의 싸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 나누어 보려 한다.


  우선, 아이들에게 개인 공간을 준다. 그것이 방이 될 수도 있고 책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대부분 거실이기 때문에 거실 한켠에 각자의 책상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 책상을 개인 공간으로 정해 그 책상 위에는 자기 물건만 올려놓되 서로가 함부로 만지지 않기로 약속을 해 두었다.


  기본 원칙은 아래 세가지이다.

1. 각자 책상위에 올려둔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2. 만약 만지고 싶다면 물어보고 만져라.
3. 싫다고 대답하면, ‘알았어. 그럼 내가 너 다 놀 때까지 기다릴게.’ 라고 말하고 만지지 않고 기다린다.

  규칙이 잘 지켜지는 날도 있었고 아닌 날도 있었지만 아이들 스스로 정한 규칙이다보니 서로에게 별 불만없이 규칙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아이들간의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정한 규칙이 무엇이었는지 상기시키다 보면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공동 소유의 물건은 사실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제법 나누어 쓰기를 잘 하고 서로 내가 먼저 논다고 할 때에도 다 같이 놀 수 있는 것 들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정리할 때 생긴다. 공동의 공간에 그리고 그 안에 공동 소유의 물건이 놓여져있을 때, 아이들은 그것을 니것도 내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책상은 다 함께 사용하는 작은 공부방에 놓여있다. 각자의 물건을 각각의 책상에 두고 생활하기도 하고 공부방에 흩어두고 생활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의 규칙 중 하나는 씻으러 올라가기 전 공부방과 책상을 정리한 후 올라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본인들의 책상을 잘 정리하고 있고 공부방에 흩어져있는 개인 물건을 정리하라고 할 땐 크게 불만이 없다. 하지만 다 같이 꺼내어 사용했던 물건들을 정리하는 순간엔 늘 갈등이 생긴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어지르는 양도 많아 내가 혼자 다 치울 수는 없고, 아이들에게 함께 쓰는 공간을 정리하는 것 또한 가르치고 싶어 이럴 경우엔 꼭 다 같이 치우도록 지도하는 편이다. 하지만 꼭 이런 말들이 나온다.


"이거 내가 안했는데?"

"이거 내꺼 아닌데?"

"내가 안한건데 왜 내가 정리해야해?"

각자 가정에서 많이들 들어본 이야기이지 않은가.

심지어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한다.


이럴 땐 어떻게 중재하며 아이들에게 치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하는 것일까.

처음엔 먼저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사탕이나 젤리를 준다고 하며 경쟁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갖고 왔다. 안받아도 상관 없어 라고 말하는 둘째가 있었고, 꼭 1등을 해서 더 많은 사탕과 젤리를 받고 싶은 셋째가 있었지만 체격과 속도에서 첫째에게 밀려 결국엔 또 싸움과 비난, 울음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아이들의 수고에 보상이 필요하긴 했지만 외적보상이 아닌 내적보상의 방법이 시급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아이들의 엉덩이는 무거웠고 불평과 불만이 쌓여갔으며 나 또한 지치고 힘든 마음에 치사하게 아이들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제한하며 협박해나가니 아이들 또한 정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공간 나눔에 익숙해지며 아이들끼리 서로 토론을 통해 자리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이들 간의 관계에서 생긴 새로운 방법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첫째 넷째가 잘 놀았던 때엔 둘이 책상을 나란히 하고 앉았다. 자리를 바꾸기 위해선 둘째 셋째의 동의도 필요했기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야만 했다. 암암리에 거래도 오고 갔다. 명절 때 준 세뱃돈으로 자리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것은 중간에 나서서 제지했다. 실제적인 돈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캔디나 초코렛은 교환해도 된다고 허락해주었다. 아이들끼리는 싸우기도 했지만 제법 나름의 방향들을 찾아가고 있었다.

  부모의 개입을 줄이고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었다. 물론 그 중에 더 약은 아이가 이익을 챙기고 순진하게 뒷통수 맞는 일도 생겼다. 그런 부당한 일들엔 부모가 개입해야했다. 그래도 아이들의 일에는 왠만하면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소유로 인해 많은 다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전처럼 나도 머리 아프게 끼어들지 않는다. 어차피 한편에 서줄 수 없다면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도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나.

서로 섞이고 나누고 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을 집에서 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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