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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09. 2022

32. 세줄 요약 좀.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의미



32. 3줄 요약 좀

    

말 많은 사람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본론은 언제 나오냐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3줄 요약 좀 해달라고 말이다. 유튜브를 볼 때면 초기 2~3분 정도는 뛰어넘기를 해야 한다. 어차피 봐 봤자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 하며 서론이 거창하다.


인터넷에서 정보 검색을 할 때도 비슷하다. 나는 강남 맛집을 찾고 싶었는데, 전국 팔도 맛집이 다 나온다. 뜬금없이 #신주쿠우동 #베이징 훠궈 #나이키 운동화 #천연화장품 이 나오기도 한다.

 애써 찾은 강남 맛집 페이지는 3페이지 정도는 글쓴이의 개인 서사를 들어줘야 했다. 오늘 무엇을 입었으며, 누구와 함께 했으며, 도보로 이동했으며, 가는 길에 무엇을 샀으며, 오늘 회사에서 부장이 짜증 나게 했다는 둥 글쓴이의 말을 들어주고 어르고 달래야지만 우리는 강남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양(量)보다 질(質)이 중요하다 말하곤 하지만, 실은 모두 양(量)만을 고집하는 것 같다.

기천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을 살 때에도, 한 땀 한 땀 들어간 장인들의 시간을 양(量)으로 책정하곤 한다.

특히나, 요즘 온라인 문학은 안쓰럽기 그지없다. 텍스트량 만이 완성의 척결도이며, 상업화이다. 무슨 개소리를 나열하건 화당 5,000자만 채우면 그것으로 족하다.


초등 3학년이 쓴 5,000자나 셰익스피어가 쓴 5,000자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금액을 지불해야 만족하다. 같은가 격이라면 100페이지 얇은 책보다야, 500페이지 두꺼운 책이 조금 더 가성비 있어 보인다. 문학에서 그렇게 질(質)은 사라지는 듯하다. 아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시인들이 불쌍해서 어쩌지 말이다.

이렇게 양만을 중요시하는 우리들은 말이 조금 더 길어진다. 요즘 mz세대들이 어휘력이 부족한 탓도 이 때문일지니라.  

    

“아, 그거 그 자동차 지나갈 때 자동으로 카드 결제되는 거 뭐지?”

     

하이패스였다. 우리는 요약을 못한다. 길게 말해야 돈이 된다는 유튜브 라던가, 키워드를 욱여넣어야 검색이 잘된다는 블로거 라던가, 5,000자를 꾸역꾸역 채워 원고를 마감하는 작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소비하고 있는 것은 우리였다. 정말 의미(意味) 없지 말이다.     


의미

[명사]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말이나 글의 뜻.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친절한 작가는 이러하게 3줄 요약해주겠다. 밑에서 3줄만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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