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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27. 2022

43. 포기하면 쉬워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포기

43. 포기하면 쉬워


사람들은 인정(認定)하기를 싫어한다. 나의 아빠는 자꾸만 코를 안 골았다고 시치미를 잡아떼고, 내 친구는 젓가락을 자꾸 떨어트리고 턱을 괴고 있는 손이 자꾸만 삐끗하면서도, 술에 취하지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잠들었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잠긴 목소리 가득히 잠결에 전화를 받아놓고는, ‘나 안 잤어’ 하면서 인정하기 싫어하는 이상한 곤조가 있다.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듣다 보니 내 말이 틀린 것도 같은데, 이미 내 입을 통해서 뱉은 말이기에 그것을 주워 담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거짓말이 배로 늘어가더라. 내 말의 모순점을 감추기 위해서 곱하기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냥 처음에 잘못을 인정했으면 쉬울 것을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더라. 이에,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포기를 해야 한다.     


포기 抛棄

[명사]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  


   


내가 애쓴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포기를 잘 못한다. 

나는 그것을 갈망하며 달려왔는데, 끝이 이리 허무할 줄 알았더라면 출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레이스의 끝은 왜 이리도 깜깜하고 끝이 없는지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달려보면 결승점이 나올 것 같아서 우리는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50년째 사법고시에 도전 중인 할아버지를 봤다. s대법대 재학 중에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할 정도로 수재였지만, 안타깝게도 2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몇십 차례 계속 도전하셨다. 그렇게 포기를 못하시던 할아버지는 현재 낡은 옷을 입고 악취를 풍기며 지하철에서 칫솔을 팔고 계신다.


한 채널에서는 18년 동안 매주 로또를 사며, 총금액 7억 원을 소비한 중년 남자가 있다. 그는 가장으로써 책임을 다 하지 못하고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곤 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파국으로 치닫았다.     


인생은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더라. 세 번 정도 도전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잠시) 포기할 줄 아는 미덕을 가져야 더욱 훌륭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수십 번 도전해서 끝내 성공을 거머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다수 tv속에만 나오더라. 성공했기 때문이겠지. 우리네들이 그렇게 높은 확률을 뚫고 소수의 성공한 사람이 되리라 어디 장담할 수 있겠는가. 실패한 자들은 tv에 나오지 않고, 조용할 뿐이다.     

그렇다고, 나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포기란 사실 쉬운 것이다. 배추를 셀떼나 하는 말인 것처럼. 포기는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이다. 쉬었다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마음이 심란하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 그럴 때,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도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포기라는 말을 다시 한번 찾아보면, ‘완전히’, 또는 ‘다시는’, ‘절대’라는 말이 없더라. 포기란 우리가 더 좋은 결과로 가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려 시야 좀 넓혀보라는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삼세 번중에 실패한다면, 쉽게 포기를 해야 한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끝이라 생각하지 말기를.      


단념 斷念

[명사] 품었던 생각을 아주 끊어 버림.     


내가 꿈꾸고 바라왔던 시간들이, 아주 끊어버리게 되는 ‘단념’이 아니라, 쉬었다가는 ‘포기’가 된다면 우리는 더 오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고, 단념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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