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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Oct 25. 2023

저희 임신했어요! 근데 쌍둥이예요!(1)

[본격 육아 에세이] 쌍둥이 키우고 있습니다. (4)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로 껴안고 오열을 하고 몇 분이 흘렀을까. 그제야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우리 부부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평소 같았으면 엄청 쪽팔리겠단 생각으로 자리를 황급히 피했겠지만 오늘이 무슨 날이냐! 바로 쌍둥이가 우리에게 찾아온 날 아닌가! 나와 아내는 덤덤하게 각자의 눈물을 훔치고 빽다방으로 향했다. 아내는 피스타치오 빽스치노를, 나는 원조 커피를 주문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양쪽 부모님들께 말씀드려야 하나?]


조심스레 아내가 물어왔다. 사실 오늘 산부인과에 들러 임신이 확실해져도 양가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기로 했었다. 주변 친구가 최근 유산을 하기도 했었고, 아무래도 조금 더 확실해졌을 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 듯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아내의 뜻을 따라 안정기까지, 그러니까 임신 16주 차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아내에게 말했다.


[쌍둥이는 조금 이야기가 다른 거 같은데.. 빨리 알려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상황이 변하지 않았는가? 임신 소식만으로도 입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는데 쌍둥이라니. 이건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비슷하거나 그걸 뛰어넘는 빅뉴스! 주변 지인 모두에게 알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측근들에게는 빨리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내심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역시나 아내의 눈치를 보고 아내의 결정에 따를 참이었다. 바로 그때.


[그치 여보? 바로 알려야 하는 게 맞겠지?]


나도, 아내도 쌍둥이라는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통했다. 아내도 내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자, 마음이 통했으면? 그럼 빨리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지! 결혼 5년 만에 찾아온 쌍둥이 소식을 본격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엄마?]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매번 전화를 받을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 엄마. 잠시 후 어떤 소식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나는 갑자기 재밌어졌다. 이렇게 엄마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게 얼마만인가? 대학교 때 장학금을 받았던 때가 마지막이니... (앞으로 더 분발해야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그저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궁금해할 뿐이었다.


[오~ 아들~ 무슨 일이니? 밥은 먹었어?]


뜸 들일 필요가 없었다.


[엄마! OO가 임신했어!]


[뭐? 임신?! 어머.. 어머! 아이고 잘됐다! 잘됐다 정말!]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엄마는 엄청 기뻐하셨고 함께 식사를 하고 계시던 외삼촌들과 외숙모들께 우리 부부의 임신소식을 알리기 시작하셨다. 엄마 목소리 너머로 축하를 건네시는 어른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런데 나는 그냥 임신이 아니었다. 쌍둥이 임신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그저 임신 소식에 어른들과 좋아하시느라 나와의 통화는 뒷전이었다. 


[엄마, 엄마? 엄마!]


[응, 응응 그래. 아이고 정말 축하한다. 고생했다 정말..]


[엄마, 근데 우리 쌍둥이야!]


[뭐어? 쌍둥이?!]


쌍둥이라는 소식은 엄마와 아빠, 어른들이 있는 장소를 한바탕 뒤집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놀라는 탄성과 함께 더 큰 축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혼 5년 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우리들에게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셨었다. 행여나 스트레스가 될까, 조심스레 한약을 지어주신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명절이나 다른 가족모임에서도 자녀 얘기는 웬만하면 꺼내지 않으려고 하셨다. 사실 누구보다 기다리셨을 텐데. 이제야 기쁜 소식을 전달해 드릴 수 있어 한편으론 죄송했고 한편으론 기뻤다. 그리고 그렇게 기뻐하는 부모님의 목소리를 전화기로 들으면서 내 두 눈에는 다시 한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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