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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Oct 24. 2023

쌍둥이가 찾아온 날

[본격 육아 에세이] 쌍둥이 키우고 있습니다. (3)

'아기집이 두 개? 그게 뭐지?'


처음에는 아기집이 두 개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기가 있는 집이라 아기집인가? 근데 아기집이 왜 두 개라는 거지? 그저 임신 테스트기의 결과  임신 여부만 확인하려고 했었던 우리 부부의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로 한 듯 하늘에서는 우리 부부에게 쌍둥이를 점지해 주셨다. 그토록 원하고 바랬던 때에는 오지 않았던 아가가 이제는 둘이라니? 기가 막히고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기집이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기집이란 태낭 또는 임신낭이라고도 한단다. 보통은 아기집이라고 많이 불리며데 모두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태아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를 뜻하는 아기집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살아가는 곳으로 양수 속에 있기 때문에 초음파 상에서는 까만 물주머니로 보인다.

또렷하게 보이는 우리 쌍둥이들의 아기집

머리가 하얘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임신이라는 소식에 대한 기쁨도 잠시, 멍하니 순간의 시간이 흘렸다. 진료를 마치고 산부인과를 나서며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동안 나와 아내는 별 말이 없었다, 아니할 수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이겠지. 하나도 놀라운데 둘이라니. 우리의 자녀 계획에서 쌍둥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쌍둥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시간이 필요했던 우리는 그저 손을 꼭 잡은 채  지금의 여운을 깨지 않으며 조금 걸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중간에 수납처에 들러 수납을 했다고 하더라도 5분도 안 되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특별한 말 없이 서로의 손만 꼭 잡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서 내려가기 위한 버튼을 누르고 내가 먼저 둘만의 조용했던 순간을 깼다. 


[우리가 쌍둥이래.. 진짜 말도 안 돼..]


내가 지금 아내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말. 특별히 거하지도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은 표현의 말이 그렇게 툭 튀어나왔다. 쌍둥이라는 소식이 어디 나에게만 특별했겠느냐 싶은 생각이 든 건 그때였다. 나 못지않게 멍한 또 한 사람. 내 아내도 얼떨결에 툭하고 대답을 뱉었다.


[그러게. 와 쌍둥이는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


임신 진단을 받은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시간은 얼마 정도일까? 그 짧은 시간에서 조차 수많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한 일인가. 그것도 쌍둥이 아빠라니, 그 특별함은 두 배쯤 되려나? 1층에 도착하자 아내가 말했다.


[우리 다방 가서 커피나 사갈까?]


임신이라는 사실에 한껏 경직돼있던 우리였는데, 아내도 어지간히 긴장을 했었나 보다. 갈증이 날 법도 했다. 


[좋지~]


그렇게 빽다방을 향해 앞장을 서서 걸어가는 아내를 따라가던 내 발걸음은 세 걸음을 미처 걷지 못하고 멈췄다. 난 그 자리에 멈췄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두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임신이 맞을까? 정말 아빠가 되는 것일까? 아빠가 된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빠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등등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무엇보다 드디어 아빠가 되었다는 기쁨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엘리베이터 근처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따위는 보이지 않았고 난 그 자리에 서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렇게 글로 그때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지만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글로 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듯하다. 대충 엄청 감격적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나에게 뭐 마실 거냐고 물으려 뒤 돌아보던 아내는 우두커니 서서 울고 있는 나를 보고 갑자기 왜 우냐고 웃더니 이내 나를 따라 울기 시작했다. 


[왜 울어.. 여보가 우니까 나도 울잖아...]


그간 자녀에 대한 서로의 힘듦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서로 애써 묻어가며 쉬쉬 했던 날들도 지나갔다. 서로 자신이 문제가 아닐까? 하며 마음 졸였단 순간들도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야 엄마와 아빠가 되는구나 싶은 마음도 지나갔으리라.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상가 1층 한복판에서 서로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애들아,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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