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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Oct 23. 2023

아기집이 하나 더 있네요?

[본격 육아 에세이] 쌍둥이 키우고 있습니다. (2)

여느 부부들은 임밍아웃 이벤트랍시고 남편 몰래, 양가 부모님 몰래 임신 기념 깜짝 이벤트도 한다던데. 적어도 우리 부부에게는 그런 이벤트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럴 정신이나 있었을까? 1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그 찰나의 기쁨을 숨기고 말고의 여유 따위는 없었겠지.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아내의 갑작스러운 소란에 '뭐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임테기 보여주며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되지? 진짠가? 정말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 소식은 우리 부부에게 '당황'을 선물해 주었다. 기대로 기도로 기다렸던 우리들의 아기 소식이 찾아왔음에도 정작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나 초보였다. 그저 지금의 기쁨을 만끽하는 수밖에 없었다. 서로 껴안고 기뻐하며 우리 정말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축하해 주었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놓았던 정신줄을 잡고선 아내에게 말했다.

[양가 부모님이나 사람들한테는 일단 확실해지기 전까진 얘기하지 말자]

[알았어]


임신테스트기는 어디까지나 테스트의 일환일 뿐, 확정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주위 사람들에게 숨기기로 했다. 매우 적은 확률이겠지만 임신 테스트기의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일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스럽고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일단 산부인과 예약을 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알아봤고 우리는 며칠 뒤, 토요일에 산부인과로 가기로 했다. 




예전 임신 문제로 인해 비뇨기과를 찾은 적이 있었다. 난임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용기 내어 갔었던 우리 부부의 첫 병원이었는데. 이제는 산부인과 라니. 산부인과의 느낌이 새삼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혹시라도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산부인과는 기존에 다녔던 병원과는 새삼 다른 느낌이었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임산부들이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고 바쁘게 돌아가는 산부인과의 모습을 보면서 황당하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저출산.. 맞나?'


그만큼 우리 부부가 찾은 산부인과는 많은 산모들로 그리고 남편들로 북적였다. 처음 찾은 산부인과에서 접수를 마친 우리 부부는 초조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만에 하나 임신 테스트기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리라. 실망이야 하겠지만 그래도 초연하게 받아들이리라 마음을 다잡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황 OO 산모님, 들어오세요.]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이제 결과를 확인할 시간이 된 것이다. 간단한 인사말과 소개를 마치고 초음파 진료를 위해 아내는 자리를 옮겼다. 남편은 잠시 후에 그 공간에 함께 할 수 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 시간이다. 초음파 진료 준비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의료 기기로 아내의 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투명한 젤을 아내의 배 주위에 바르고는 기기를 갖다 대었다. 


[임신 맞네요, 아기집이 있네요, 축하드립니다.]


처음부터 무척이나 상냥했던 담당 선생님의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건네 듣고 우리 부부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 부부에게도 아가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고생했다고, 그동안 힘들었지만 잘 버텨주었다고 우리 부부는 서로를 향해 눈빛으로 위로를 건넸다. 기다렸던 순간이 현실이 된 순간, 우리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순간.


[응? 잠시만요, 혹시 시험관 하셨어요?]


임신을 확인하고 검사를 마치는 줄 알았는데, 의사 선생님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고 우리를 향해 물으셨다. 시험관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우리 부부는 긴장했다. 5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아 걱정과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시험관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순리대로. 찾아오면 찾아오는 대로,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 대로 살아갈 참이었다. 그래서였나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꽤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요? 왜요, 선생님?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눈빛으로, '별일 없을 거야'라는 신호를 보내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허허, 이거 아기집이 하나 더 있네요? 축하해요~ 쌍둥입니다.]

쌍둥이들이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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