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by 이령 박천순

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천장에서 어둠이 내려와 음각 쪽으로 기울어요

등불 하나에 의지한 저녁, 서로의 눈빛이 엇갈려요



여보, 제 얘길 듣고 있나요

(감자가 식고 있잖아)

아빠의 딱딱한 손이 폭신한 감자를 찍어요



당신, 이 감자 좀 먹어봐

(차를 따르고 있잖아요)

찻잔에 고인 할머니 눈길이 미동도 없어요



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

희고 동그란 감자는 식탁 위에 있는데

어른들 얼굴은 까지 않은 감자 같아요



낡은 옷에 묻은 어둠이 점점 밤이 되고 있어요

나무의자 등받이는 아직도 나무 한 그루인 양 꼿꼿한데

거기 기댄 등은 왜 모두 구부정할까요



하얀 감자에서 김이 오르면

꿈꾸는 듯해서 좋아요

후후 불며 먹으면 표정이 살아나기도 해요



감자를 먹는 우리는 식구예요

뼈마디 불거진 갈고리 같은 손이 닮았어요

밭에 심으면 뿌리를 내릴 것 같아요

어쩌면 감자가 달릴지도 몰라요



감자를 다 먹기 전 졸음이 밀려와요

아빠 눈꺼풀은 벌써 반이 감겼는걸요

별들도 지붕 위에 내려와 깜박깜박 졸고 있을 거예요

내일은 별을 구워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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