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딤나무
광야에 홀로 나무인 나무
죽은 듯하다가
약간의 빗물로 살아나고
또다시 길고 긴 건기를 견디는
당신처럼 외로운 나무입니다
어둠 속을 파고드는 뿌리
창문을 모두 잠그고 제 가슴으로 길을 낸
그의 속을 헤아려 본 적 있나요?
죽을 만큼의 물기로 까칠한 목구멍 축여본 적 있나요?
오랜 침묵으로 키운 속살
더없이 단단하여 벌레 하나 들지 못해요
우기의 안개조차 맴돌다 가버리면
발등에 돌멩이만 또 하나 얹히지요
광야를 즐기는 건 신과 베두인뿐이라는데
신도 베두인도 되지 못한 나무
부르튼 겨드랑이가 다 드러나도록 신을 경배하고
날마다 키를 키워 베두인의 이정표가 되지요
광야의 랍비 같은 나무
텐트를 메고 걷는 꿈
무성한 별 아래 텐트를 치고 한 시절 유랑을 꿈꾸는
싯딤나무는 광야를 벗어난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