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퍼큐버 Mar 30. 2024

크라임씬 리턴즈 마지막까지 본 후기

내가 아는 크라임씬은 이렇지 않다

저는 두뇌 예능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유료 컨텐츠가 아닌 이상 두뇌 예능들은 제가 아는 선에서 다 챙겨보려 합니다. 지니어스 재미있게 봤고 대탈출의 새 시즌도 기다리고 있죠. 네이버멤버십에 가입한 동안 여고추리반도 다 봤고 더 타임 호텔도 봤습니다. 데블스 플랜처럼 안 본것도 많지만 제가 넷플 구독자였다면 봤을 거에요. 그런 저에게 크라임씬이 새 시즌으로 돌아온다는 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거였죠. 크라임씬 리턴즈의 마지막화가 공개된지는 한참 지났지만 사정상 이제야 마지막회를 봤습니다. 


보고 난 소감은 많이 아쉽습니다. 여러가지 이유에서요. 이후로 나오는 내용은 다 제가 단순히 느낀 것들이며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크라임씬 시리즈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 있으니 읽는 데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쉬웠던 점 첫 번째는 에피소드가 너무 적다는 겁니다. 단 5개의 에피소드로는 출연자의 케미가 잘 맞기에도 부족할 뿐더러 시청자에게도 뭔가 하다 만 느낌을 받게 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적었다는 거죠.


두 번째는 한 에피소드의 분량이 너무 길다는 겁니다. 하나 당 2시간인데 이 때문에 진행이 상당히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재미가 줄어든다는 거죠. 그렇게 진행이 늘어지는 동안 혐의를 어느 정도 벗게 되면 분량도 실종입니다. 보이는 사람만 보이게 되죠. 이렇게 되면 혐의점을 벗은 사람들은 정말 추리 말고는 할 게 없어지기 때문에 넌 박강남이야! 정도의 추리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분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그런 장면은 단 하나도 없었죠. 


세 번째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엉성하다는 겁니다. 초반에 혐의점을 완전히 벗어나는 용의자가 매 에피소드에서 복수로 존재하고 정황증거들만 잔뜩인데 몇 없는 물적 증거가 발견만 된다면 범인은 너무 쉽게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도 억지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과학적 오류가 나온다는 건 스토리를 생각없이 짰다는 걸 드러내는 거죠. 경동맥을 그었는데 피가 안 튀는 과학적 오류를 비롯 비행기 화장실 타일을 떼어내면 화물칸이 나온다거나 비행기의 화장실 타일을 안전벨트 같은 걸로 떼어낼 수 있다거나 한 나라의 스파이라는 사람이 비행기에서 카드 따위로 사람을 죽인다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는 중에 습격을 하는 등의 내용은 아무리 봐도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나마 3번째 에피소드였던 법원 살인사건 정도가 잘 만든 느낌이 들어요. 


이번 크라임씬은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그것도 이스터에그 수준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일종의 유니버스를 형성한 건데 유니버스가 존재하는 두뇌예능... 하나 떠오르는 거 없으신가요? 두뇌 예능을 많이 보신 분이라면 한 가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DTC 유니버스를 만든 그것, 대탈출이죠. 저는 풍무그룹과 관련된 이 스토리는 크라임씬이 아니라 대탈출에서 했어야 한다고 봐요. 유니버스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유니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SF요소를 무리하게 도입했고 그게 제 몰입을 깼습니다. 대탈출이었다면 제가 지금 느끼는 위화감은 없었을 거에. 거기는 시즌1부터 SF적 요소를 꾸준히 집어넣어서 익숙하게 만들었으니까. 대탈출에서 사용했다면 저한테는 더 재미있게 와닿았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대탈출 새 시즌에서 이걸 해달라는 건 당연히 아니고 이 세계관을 어딘가에서 꼭 써먹어야 한다면 대탈출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라는 거죠. 중국 크라임씬에서 이런 식의 판타지 설정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었습니다만 초반부터 이런 식의 설정을 계속 봐 왔다면 모를까 저는 그런 건 아니었기에 많이 어색합니다. 


종합적으로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는 못 보여줬습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속 빈 강정이었죠. 제작진이 많이 힘든 프로그램인 거 압니다. 작가들 죽어나는 프로그램이라는 거 모르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이 부족한 완성도를 옹호해 줄 근거가 되지는 못하죠.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어쩌면 에피소드가 10개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몇 개가 아쉬울지언정 다른 몇 개가 잘 만들어져서 단점을 덮을 수 있다면 평가는 달라지겠죠. 에피소드가 흘러감에 따라 출연자들의 케미도 좋아질거고 그러면 예능적으로도 좋아질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시즌을 기대합니다. 제가 위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비판을 많이 들었겠죠.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과학적 오류 등 문제가 있던 부분을 해결하고 플레이어를 크게 갈아엎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펑가는 나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오랜 시간이 걸릴 거고 아예 다음 시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욕하면서도 다음 시즌이 나오면 바로 찾아볼 게 뻔합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분량은 한 에피소드에 90분 전후였으면 좋겠어요. 길어도 100분에서 끊어야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4월 26일 정종연이 없는 여고추리반3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건 안 망해야 할텐데...

작가의 이전글 이제 혹스메일도 받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