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코첼라 라이브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체를 놓고 보면 이해되는 무언가
* 저는 연예계 전문가가 아닙니다. 즉 아래에 나올 내용들은 다 제 뇌피셜일 뿐입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럴 분도 없겠지만요.
다시 터졌습니다. 아이돌 가창력 논란. 이번에는 립싱크가 아닙니다. 라이브의 퀄리티가 논란이죠.
문제가 되었던 걸 살펴봅시다.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 부족한 실력 때문에 큰 논란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르세라핌이 코첼라에서 했던 무대의 분량. 42분 10곡입니다. 곡 하나에 딱 3분이라고 가정해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12분. 무대 위에 계속 있어야 하고 멘트도 하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쉬는 시간이 없다고 봐야겠죠. 이런 상황에서 라이브를 하면 당연하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은 바닥나고 가창력도 흔들리게 될 겁니다. 거기다 춤까지 추면 더욱 그렇고요. 요즘 아이돌이 보통 춤을 추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대 후반부를 보고 가창력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가창력 끝까지 유지하는 게 대단한 거지 유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봐야 하냐. 당연히 무대 초반을 보면 됩니다. 첫 곡, 두 번째 곡. 앞부분부터 가창력의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건 정말 가창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긴장? 긴장도 긴장 나름이죠.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직접 들어보면 알 겁니다.
원래 안 봤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르세라핌 무대 풀버전을 찾아서 들어봤습니다. 정말 끝까지 다 봤어요.
그런데 결론이 좀 이상합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만큼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중반부터 호흡이 딸리는 멤버가 나오기 시작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비 보컬 멤버들은 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만 위에서 말했듯 42분 10곡을 하는 공연의 후반부라면 당연히 체력이 떨어지고 가창력이 흔들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마지막에 김채원 음이탈 나는 거 보고는 안쓰럽더라고요. 물론 저는 공연 실황을 촬영한 버전을 봤을 뿐 실제 현장에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느껴졌다면 중간중간에 다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립싱크입니다. 원래 무대를 하면 퍼포먼스의 키포인트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노래를 하지 않고 MR로 대체하는 파트가 항상 있습니다. 포인트 안무가 나온다거나 하면 그런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죠. 아예 입도 뻥긋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력 부족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번 코첼라의 르세라핌 무대에서는 여기서 립싱크를???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게 연출인지 실력 때문에 건너뛴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공연을 완전히 끝마치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었던 게 사실. 김채원, 허윤진과 나머지 멤버들의 보컬 퍼포먼스를 비교해 보면 비보컬 멤버들이 공연의 중반부터 겨우겨우 버티는 느낌을 주다 후반부에 완전히 터져버린 반면 확실히 보컬 멤버들은 마지막까지도 노래다운 노래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김채원은 후반부에 음이탈이 나는 게 제 귀에도 들렸습니다만 프로 가수들이라고 음이탈 안 하는 것도 아닌 데다 공연 후반부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고 허윤진이 너무 노래랑 안 맞게 튀는 느낌은 있습니다만 테크닉적인 부분이 무너지는 느낌은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멤버들의 가창력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르세라핌 실력 논란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코첼라를 안 갔으면 돼요. 이게 초청장이 온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만 코첼라를 안 갔으면 이 정도로 큰 논란도 안 생기죠. 멤버들의 현재 실력으로 거기서 무대를 라이브로 하면 공연 막바지에 가창력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하이브에서 몰랐을까요? 분명 알았을 겁니다. 그것도 모르면 엔터 사업을 접어야죠. 그걸 알았으면, 멤버들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코첼라에서 초대가 와도 거절을 하거나 어떻게든 실력을 감출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죠. 그저 코첼라에 초대됐다고 좋다고 덥석 문 겁니다. 멤버들의 몸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저는 아이돌이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멀티 엔터테이너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아이돌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것일 뿐 우열을 가릴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립싱크를 해도 용인할 수 있는 거죠. 가수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라이브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수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그러면 그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라이브를 하지 말아야 하죠. 그리고 그것을 결정할 권리는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결정권자는 따로 있죠. 돈도 좋지만 사람 가지고 돈을 벌고 있으면 그 사람들 이미지를 지킬 방법도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능력에 비해 과도한 무대에서 본인의 능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다 원래 있던 능력조차 부정당하게 생긴 멤버들의 이미지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제가 위에서 가창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몇 개 나열했는데 만약 언론이 이 점을 들어서 다른 인기 아이돌의 가창력 논란을 옹호하지는 않을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뉴진스가 비슷한 큰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다가 불안한 음정과 밀리는 박자 등으로 실력 논란이 생겼을 때 언론이 나서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뉴진스를 옹호한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가 될 겁니다. 명백한 이중잣대니까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여기까지 멤버들 옹호를 해 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마지막 한 발이 남았죠. 위버스에 올라왔던 사쿠라의 소감문. 이건 제가 옹호를 해 줄 수 없어요. 비난의 수위가 과하다 한들 나는 열심히 했고 나는 만족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런 식의 말은 해서 좋을 게 없죠.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알겠고 사람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결과가 완벽하지 않았잖아요. 저는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를 말했지만 이해해 주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잖아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았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주어진 무대에서 라이브를 끝까지 할 수 없는 실력이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멤버들이 직접 해명을 할 부분이 보이지 않아요.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혹시 아직 HKT 시절의 마인드가 남아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진실은 사쿠라 본인이 알겠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하이브가 단체로 논란이 되는 틈을 타 베이비몬스터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사태 이전에 대중들이 아이돌의 라이브 실력에 관심을 지금만큼 가졌던 적이 있나 싶네요. 스테이씨, 엔믹스, 키오프, 그 외에 라이브가 가능한 그룹들... 이들한테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찾아보면 실력이 좋은 숨은 보석 같은 아이돌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