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 쥬리 탈퇴 기사를 보고 든 여러 생각들
결국 중소의 한계인가.
제 최애 걸그룹이 아이즈원이라는 건 브런치에서 직접 밝힌 적은 없습니다만 지나가는 말로 언급은 한 적이 있고 제가 누군지 안다면 모를 수 없는 정보입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아이즈원 이야기는 아니고 아이즈원 다음으로 좋아하는 차애 그룹 로켓펀치 이야기입니다.
에버글로우 컴백 기사를 보면서 로켓펀치는 언제 컴백하나 생각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나온 기사는 컴백 같은 희소식이 아니었죠. 데뷔 초 로켓펀치의 화제성의 중심에 있었던 멤버 쥬리의 탈퇴 소식이었습니다. 말은 계약 만료이지만 재계약 안 하고 활동 안 하면 그게 탈퇴지 뭐겠습니까. 가장 높은 화제성을 가진 멤버가 탈퇴하면서 5인조로 재편된 로켓펀치의 미래? 솔직히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에버글로우 정도까지 올라오기는커녕 체리블렛처럼 해체 엔딩을 맞는 게 가능성이 더 높아 보여요.
탈퇴 후 뭘 할 건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바가 있죠. 일본에서 KPOP 지망생 대상으로 컨설팅한다고 하는데 이걸 알기 전에 한 가지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사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일반적인 7년 계약이 아닌 5년 계약을 했더라도 재계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 정말 일본에서 KPOP 아이돌 데뷔를 원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열정이 강해서? 물론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과연 그 의지만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일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 뒷배경에는 이따위 그룹에 남아서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그냥 나가서 내 할 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그룹이 잘 나갔다면 재계약했겠죠.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으니 재계약을 하지 않은 데에는 그룹의 부진한 성적이 분명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로켓펀치라는 그룹이요. 이 그룹이 실력이 떨어지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실력은 다 갖추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라이브도 어느 정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그 외의 매력이 없느냐, 그렇게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멤버들 면면을 살펴보면 각자 나름 캐릭터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엘즈업에 연희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울림은 이런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죠. 그룹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무언가를 한 적이 있는가? 복면가왕도 나가고 퀸덤 퍼즐도 나가고 했지만 글쎄요. 그 순간뿐이었던 것 같은데요. 딱히 라이브를 대단하게 한 것도 기억나지 않고요.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는가? 자컨의 퀄리티가 딱히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대단하게 많은 예능을 나갔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데뷔 초에는 그럭저럭 화제성도 있고 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다 죽어버렸어요. 남의 그룹 자컨은 몇십 분짜리가 알고리즘에 계속 뜨는데 우리 그룹 자컨은 감감무소식이었죠. 로켓펀치 멤버들이 어떤 예능이나 웹 콘텐츠에 나온다면 무엇 때문에 나갈까요. 로켓펀치 그 자체로? 그럴 일 없을 것 같아요. 아이즈원과의 관계성, 러블리즈와의 관계성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와중에 활동도 띄엄띄엄 언제 컴백하나 팬들은 목 빠지게 기다리고만 있고 그나마 컴백을 할 때면 타이틀곡의 퀄리티도 대중들의 눈에 띄기에는 애매모호한 곡들이 많았고 하나만 해도 부족할 판에 콘셉트는 와리가리해서 이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 각인시키기도 애매하고. 이게 멤버들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울림 실력 다 죽었잖습니까. 골든차일드도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고 드리핀도 크래비티 잘 나가고 미래소년도 나름 자리 잡을 동안 뭐 했는지 제대로 알기나 한가요.
결과적으로 이 그룹은 울림의 아쉬운 일처리 때문에 실패한 겁니다. 뭐 하나만 제대로 했어도 최소한 이번에 컴백하는 에버글로우 정도로는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뭐 있지급 에스파급 인기를 바랍니까. 그것도 아닌데 울림은 이 그룹의 흥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의문이 듭니다. 울림이 마냥 작은 회사도 아니고 아이돌 처음 만들어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참 아쉽습니다.
로켓펀치 팬의 입장에서 주저리주저리 써 봤지만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체리블렛이 해체된 것도 솔직히 비슷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요. 소속사가 그룹의 흥행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중들에게 보이는 빈도도 줄어들고 있죠. 회사의 이름값과 마케팅 능력 하나만으로 크게 볼 일 없어 보이는 그룹들이 흥행을 하는 와중에 진짜 보석들은 일일이 뒤져야 겨우겨우 나오고 그걸 사람들에게 팬들이 알려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봐준다는 보장도 없는 세계에서 중소 아이돌은 생존해야 합니다. 본인이 아무리 실력을 키워도 회사가 제대로 케어 안 해 주면 영원히 진흙 속에 숨겨진 보석으로 살아야 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요. 실력 없는 사람들이 탑급 아이돌로 잘 나가는 걸 보면 중소 아이돌의 심정은 어떨까. 저는 그 감정을 모르지만 궁금합니다. 응원을 할까요 질투를 할까요. 저라면 후자일 것 같아요.
실력은 있는데 빛은 못 보는 많은 중소 아이돌들 응원하겠습니다. 로켓펀치도 쥬리도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기획사들. 자기들이 기획해서 만든 아이돌이면 살리기 위해 노력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한 결과가 이거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뽑든가. 그룹을 유기할 거면 차라리 해체 발표라도 빨리 해 주는 게 마음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본인들 상품이 가치에 비해 안 팔리는데 왜 손을 놓고 있습니까. 홍보 열심히 해서 매출을 올리거나 돈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단종이라도 빨리 시켜야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글을 쓰다가 생각난 건데 쥬리의 탈퇴 과정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미리 계약 기간을 짧게 잡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나가는 걸로 처음부터 계획되었다면?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