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나무가 상처를 대하는 방법

by 김주한

아보리스트는 주로 나무 위에서 일을 합니다. 피해목이나 위험목 제거를 할 때는 지상작업만으로 끝낼 때도 있긴 하지만 지금 소속된 곳에서는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어떤 나무에 오르던, 작업을 하다 보면 작은 상처들이 생기게 됩니다. 자세를 바꾸다가 몸 어딘가가 옹이에 걸려 긁히기도 하고 손이나 팔뚝이 손 톱에 살짝 찍혀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상처에서 피가 나고,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하루이틀 지나 딱지가 앉게 되죠. 작은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새살이 돋아 상처는 없어지게 됩니다.

전지, 가지치기 등의 작업을 하다 보면 나무들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지가 잘려나가게 됩니다. 수형이 안 좋은 나무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아래쪽 큰 가지를 제거기도 하고, 수고를 낮추기 위해 하늘로 뻗은 가지의 중간을 잘라내거나 중간정도 높이에서 옆으로 길게 뻗은 가지의 중간을 잘라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도시에서 가을이나 봄철에 가지들을 몽땅 잘라낸 가로수를 볼 수 있습니다.


어제는 또 다른 느티나무의 전지작업이 있었습니다.

상부 쪽으로 올라가 보니 중간에 잘려나간 가지에 도장지가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굵은 가지 끝에 잔가지들이 불규칙하게, 많이 나온 것이 보입니다. 이런 가지들을 도장지라고 부릅니다.


느티나무는 가지가 잘려 자극을 받으면 도장지를 많이 내는 것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지가 잘린다는 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잎이 없어지는 것이죠. 밥벌이 수단을 빼앗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무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어쩐 방법이든 써야 할 겁니다. 급한 대로 가능한 모든 곳에 가지를 내어 광합성을 준비합니다. 해를 많이 받아야 하니 되도록 하늘을 향해 가지를 올립니다.

급한 대로 밥벌이는 하게 되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가지 중간에 빨리 자라는 속성을 가진 많은 양의 도장지가 생기니, 가지는 무거워지고 아래쪽에 가야 할 햇빛을 차단해 버립니다.

나무의 가지는 인간이 잘라낼 수도 있고 바람이나 눈에 의해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일단 잘라진 가지는 스스로 치유과정을 거치지만 부작용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인간도 살아가며 얻은 다양한 심리적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도 합니다. 어떤 이는 상처를 잘 다스려, 같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좋은 방향으로 회복을 합니다. 그런데 가끔 상처의 회복을 넘어선, 방어기제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타인에게 공격적이거나 무례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은 모르는 모습이겠죠.


장미를 비롯한 여러 나무들이 가시를 만드는 이유는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방어전략이자 생존전략입니다. 이들은 충분히 강해져 동물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지 않을 만큼 커지고 굵어지면 가시를 떨구어냅니다.

느티나무도 때가 되어 도장지를 스스로 떨구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나무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습니까? 살아오면서, 상처받아 생긴 도장지와 가시들을 떨구어 낼 수 있을 만큼 강해졌나요?

작가의 이전글고통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