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과 변동성
요즘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우울한 사람이 많다.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가격은 변동이 아주 심하다. 주가지수 차트를 보고 있으면 주가지수가 연신 오르락내리락한다. 주가지수 변동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면 눈이 어지러운 지경이다. 현재의 주가지수 변화에 대한 정보는 언제까지 영향을 줄까?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는 현시점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회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시점(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으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한 백분율이다. 코스피 주가지수가 2300이란 뜻은 기준시점보다 시가총액이 23배 증가했다는 뜻이다.
그림 1은 기준연도인 1980년부터 현재까지 일별 코스피 주가지수를 그린 그림이다. 주가지수는 변동하지만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성을 갖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제는 성장하는 경향성을 가지므로 새로운 기업이 주식시장에 새로 진입하고 시장의 규모가 전체적으로 커진다. 물론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규모는 커진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제의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려서 경제 후퇴가 생기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1997년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소위 국가부도의 날이었다. 이때 주식시장은 급락했으며 많은 회사들이 도산하고 주식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이러한 경제위기가 가끔 발생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면 경제는 다시 회복되고 주식시장은 다시 성장한다. 물론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나라들도 많고, 그런 나라들은 경제가 후퇴하거나 성장이 멈추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슬기롭게 구제 금융을 청산하고 다시 경제를 회복하였다.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놓였던 기간은 1997년 12월 3일부터 2001년 8월 23일까지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IMF 체제를 청산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
[그림 1] 코스피 주가지수의 변화. 기준 연도인 1980년 1월 4일에 KOSPI 100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주가지수 2300 근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하단의 그림은 거래량을 나타낸 것이다.
어제 주가지수가 올랐는데 오늘 주가는 또 계속 오를까? 삼일 연속 또는 사일 연속 주가지수가 계속 오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반대로 삼일 연속 또는 사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는 연속해서 오르는 경우와 비율이 같을까? 시장에 지속적인 호재가 있거나, IMF 구제 금융 때와 같은 엄청난 악재가 있을 경우에 주가지수는 연속해서 오르거나 연속해서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 주가지수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과 같은 긴 시간의 변화를 보면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제 강하게 올랐던 주가의 상승에 대한 정보에 대한 기억을 얼마나 지속될까? 주가지수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억의 지속성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주가지수의 기억에 대해서 연구 한 일단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경제 물리학자(econphysicist)이라 한다. 주식시장이나 경제 현상을 통계 물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를 경제 물리학(econophysics)이라 한다. 경제 물리학은 경제가 물리학을 수식하고 있으므로 물리학에 속하는 학문 분야이다. 주로 통계 물리학(statistical physics)와 복잡계 과학(complex systems sciences)에 속한다. 경제 물리학자나 금융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의 기억은 주가지수 그 자체보다는 주식의 수익률(return)과 변동성(volatility)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 t에서 주가지수를 I(t)이라 하자. 주가지수를 인덱스(index)라고 부름으로 I(t)라고 표현했다. 단순 수익률(simple return) R(t)은 오늘 주가지수에서 전일 주가지수를 뺀 다음 전일 주가지수로 나눈 값이다. 즉, R(t)=[I(t)-I(t-1)]/I(t-1)이다. 주가지수를 분석할 때는 단순 수익률보다는 로그 수익률이 편리하다. 로그 수익률은 r(t)=Log10[I(t)/I(t-1)]로 정의한다. 수익률이 연속 복리로 증가하면 단순 수익률과 로그 수익률은 거의 같다.
[그림 2] 일별 코스피 주가지수와 로그 수익률. 코스피 주가지수는 1996년 12월 11일부터 2022년 7월 22일까지 그렸다. 수익률은 한 방향으로 지속되지 않고 오르 내림이 심하다.
그림 2에 1996년 12월 11일부터 2022년 7월 22일까지 일별 코스피 주가지수와 로그 수익률을 그렸다. 1997년 IMF를 겪었을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수익률의 진동이 격심한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주가지수의 변동이 심했다. 그림 2의 수익률이 아주 큰 날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면 투자자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익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그 오르내림에 패턴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늘 주가가 오르더라도 내일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는 거의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것처럼 멋대로 변한다. 이러한 무질서한 주가의 오르내림은 막 걷기 또는 멋대로 걷기(random walk)라 한다. 오늘 오른 주가지수에 대한 기억은 수익률 데이터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1분 주가지수를 사용해서 코스피 주가지수를 분석해 본 적이 있다 [1-4]. 로그 수익률의 자기 상관성(autocorrelation)은 아주 짧으며 약 6분 후면 상관관계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약 6분이 지나면 상관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주가지수가 멋대로 변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러한 자기 상관성도 평균한 결과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돌발변수나 악재 또는 호재 정보가 들어오면 쉽게 상관성이 깨진다. 미국의 S&P 500 주가지수의 자체 상관 시간은 약 2분 이하였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주식차트의 오르내림을 보고 수익을 예측하는 것은 매 순간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주식을 사고, 뒷면이 나오는 주식을 파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개미들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주가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면 그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차익거래(arbitrage)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익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면 현재 주식이 상승하고 있으면 당분간 계속 주가가 오를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시장의 거래자들은 상관관계 정보를 이용하여 차익을 실현하려 들것이다. 주식이 올라가면 상관성이 지속되는 시간 내에 주식을 팔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거래자가 주식시장의 상관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상관관계를 이용하려 들 것이므로 그 상관 정보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는 아주 짧은 시간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초단타 매매를 하는 거래자의 경우 상관 시간이 짧아도 그 짧은 시간 내에 내재된 상관성을 이용하여 거래를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산이다. 정보를 이용한 거래자들은 시장의 상태를 무질서한 상태로 몰고 간다. 정보를 가졌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더 열심히 참여할수록 시장에서 주식 가격의 변화는 더 무질서해진다.
[그림 3] 코스피 주가지수의 휘발성의 자기 상관관계의 시간 지연 의존성. 주가지수의 휘발성은 장기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시간지연에 멱함수 법칙을 나타내는 영역이 존재한다. 왜 그럴까?
회사의 호재 정보를 미리 독점할 수 있다면 그 정보를 이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는 그러한 고급 정보를 알 수 없다. 시장에서 개인이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면 주식시장의 장기 기억은 없을까? 경제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주식시장의 장기 기억은 변동성 또는 휘발성(volatility)에 숨어 있다. 영어 volatility는 휘발성 또는 변동성(variability)으로 번역되는데 변동성이란 용어가 더 직관적이므로 변동성이라 하자. 주가지수의 변동성은 일정한 기단 동안 로그 수익률의 변화량을 측정한다. 대개 로그 수익률의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또는 분산(variance)으로 정의한다. 분산은 수익률의 변화의 정도를 말한다.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의 유속 변화는 크지 않기 때문에 분산이 작다. 그러나 강이 좁아져서 급류가 되면 소용돌이치면서 난류가 된다. 급류 유속의 분산은 상대적으로 크다. 경제가 안정된 상태에서 주가의 분산은 작지만, 경기변동이 심하면 주가의 변동이 커져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경기가 안정된 상태에서도 큰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의 자기 상관관계(autocorrelation relation)를 구해 보면 그림 3과 같은 장기 기억(long-time memory)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림에서 가로축과 세로축에 모두 상용로그를 취했기 때문에 직선으로 선 맞춤(curve fitting)한 영역은 자기 상관관계가 멱함수 법칙(power law)을 따라서 변함을 의미한다. 변동성은 수익률과는 달리 상당히 긴 장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시장은 주가지수의 변동성에 대한 기억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유지한다. 오늘 주가지수의 변동 폭이 컸으면 그러한 변동의 경향성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그림 3에서 시간 단위는 분(minute)이고 하루 길이에 해당하는 변동성을 나타내었다. 시간을 더 길게 하여도 변동성은 급격히 영으로 수렴하지 않고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장기 기억이 변동성에 숨어 있고, 변동성은 시간 지연에 대해서 축척 현상을 나타낸다. 그런데 휘발성이 장기 기억과 축척을 가지는 이유는 아직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에 살펴볼 것이다.
참고문헌
1. 박수연, 구수종, 이경은, 이재우, 홍병희, “코스피 주가지수의 휘발성 분포”, 새물리 44, 293-299 (2002).
2. K. E. Lee, J. W. Lee, “Scaling properties of price changes for Korean stock indices”, J. Korean Phys. Soc. 44, 668-671 (2004).
3. K. E. Lee, J. W. Lee, “Probability distribution function and mutiscaling properties in the Korean stock market”, Physica A 383, 65-70 (2007).
4. K. E. Lee, J. W. Lee, “Scaling and multiscaling properties in the Korean stock market”, J. Korean Phys. Soc. 50, 178-181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