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가볼 곳이 많지만 인천에 이웃해 있는 김포에도 가볼만한 곳이 제법 있다. 김포는 한강 하구, 조강, 염하, 한강을 접하고 있어서 다양한 자원이 있지만 접경지역이라 제한이 많다. 올해는 더위가 심하고 긴 장마가 있은 후에 설상가상으로 가을장마가 일찍 찾아와서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하루 짬을 내어 인천 근교의 김포 국제 조각공원을 둘러보았다. 김포 국제 조각공원은 문수산 근처에 위치해 있고 1998년 처음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제조각가 14명과 국내 조각가 16명이 참여하여 평화를 기원하는 조각 작품 30점이 얕은 산속에 조성하였다. 급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사이에 독특한 조각 작품이 산속에 조성되어 있다.
조각 공원 초입은 약간 오르막길이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다양 종류의 버섯이다. 사진을 찍은 다음 스마트 렌즈로 버섯 이름을 검색해 본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버섯이 많아서 정확한 이름인지 모르겠다. 그림 1에 표시한 이름은 가장 비슷한 이름을 표시한 것이다. 틀릴 수도 있으므로 글을 읽는 분은 다 믿지 마시라. 스스로 찾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큼지막한 갓을 쓰고 있는 붉은색 버섯은 <일본 연지 그물버섯>이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완전히 까만 버섯을 만났는데 줄기까지 검은색이다. 이 버섯은 <흑자색 쓴맛 그물버섯>이란다. 빨강, 검은색 버섯만 있는 것이 아니란 듯 온통 흰색인 큰 버섯은 <흰 가시 광대버섯>이다. 가장 귀여운 버섯은 나무 옆에 피어 있는 <노란 꼭지 외대 버섯>이다. 앙증맞은 삿갓이 귀엽다.
[그림 1] 8월 김포 국제조각공원 야산에 돋아난 다양한 버섯. 버섯 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음.
이 조각 공원에는 숲길 가에 다양한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미리 팸플릿을 보고 어떤 작품인지 걸으면 찾는 즐거움이 있다. 먼저 만난 작품은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렌의 작품인 <숲을 지나서>이다. 하늘색 네모 문이 연속해서 배치되어 있는 것이 마치 숲을 지나가는 것 같다. 작품 아래 길에는 막 영글기 시작한 도토리 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누구의 작품일까?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보니 도토리 거위벌레의 작품이다.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하는 도토리에 알을 낳고 작은 줄기를 잘라서 떨어뜨린다. 작가와 자연의 합작품이다.
[그림 2] 다니엘 뷔렌 작품 <숲을 지나서> 작품 밑에 도토리 거위벌레들의 작품이 흩어져 있다. 사람과 인간의 합작품.
가장 섬뜩한 작품은 독일 스테판 발켄홀 작품인 <그림자 인물>이다. 언덕을 넘어 막 내리막에 들어서는 순간 검은 그림자 인물에 허공에 매달려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한다. 여기를 지나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초입 언덕 배미에서 보았던 쉼터까지 쏜살같이 달려간다. 여름이라 쉼터 카페에 손님이 없다. 카페를 지키는 아주머니 두 분이 애처롭다. 과일주스를 시켜 먹으니 더위가 가신다. 아주머니가 2층 전시실이 시원하단다. 이층 전시실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았다. 숲에 전해놓은 모든 작품의 축소판을 쭉 전시해 놓았다. 걸어오면서 대부분 보았지만 좀 외진 곳에 전시한 작품은 보지 못한 것이 여럿이다. 가을에 시원해지면 다시 한 번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그땐 여기서 문수산성까지 걸어갈 볼 요량이다.
[그림 3] 독일 스테판 발켄홀 작품인 <그림자 인물>. 둘레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인물들이 사람을 기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