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속 가능성은?
한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올 것이다. 가을바람은 점점 서늘해지며,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온다. 조금 지나면 높은 산간지방은 벌써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가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대기후 대에 속해있어서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 눈이나 얼음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겨울에 동남아 사람들이 눈을 보기 위해서 우리나라에 오는 것이 이채롭다. 우리는 계절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눈이나 얼음을 보지만 저위도 지방 사람에게 눈은 평생 볼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물은 0도 씨보다 낮으면 얼어서 얼음이 된다. 냉장고의 냉동고에서 물은 쉽게 언다. 물론 물을 얼게 하려면 전기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얼음은 녹아서 자연스럽게 물이 된다. 물은 유체이므로 쉽게 흐를 수 있어서 물이 모여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물은 생명의 젖줄이며 뭇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기반이다. 불을 지펴서 물을 끓이면 100도 씨에서 끓어서 수증기가 된다. 증발한 수증기들은 서로 모여 구름을 만들고 다시 응집하여 비가 되어 내려서 물의 순환이 일어난다. 물순환, 질소 순환, 탄소 순환 등 생명에 필수적인 원소들이 순환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물질 순환의 균형이 깨지면 생명체는 커다란 위험에 놓이게 된다. 탄소 순환의 불균형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여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물이 얼거나 끓는 현상을 상변화라 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상(water phase)’이 ‘얼음상(ice phase)’로 변한다. 반면 온도가 높아지면 ‘물상’이 ‘수증기 상(steam phase)’로 바뀐다. 이렇게 상(phase)이 변하는 것을 ‘상변화’ 또는 ‘상전이(phase transition)’이라 한다. 우리는 물의 상전이 현상에 익숙해 있다. 온도가 변하면 이러한 상전이는 저절로 일어난다. “상변화는 왜 일어날까?” 분자 덩어리인 물과 같은 시스템은 열역학 제2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주어진 물리적 조건에서 시스템은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로 발전해 간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 물질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온도이다. 모든 상태를 고정해 놓고 온도만 변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온도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서 극단적인 상황을 먼저 살펴보자. 온도가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나 분자는 서로 결합하여 물질이 된다. 추운 겨울에 얼음덩어리는 저절로 얼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얼음을 구성하는 물분자는 얼음덩어리에 갇혀 형태를 만들어낸다. 사실 생명체인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인체를 구성하는 생체 고분자, 물, 무기질 물질들은 서로 협력하여 모양을 만들고, 살아 있는 동안 물질대사를 통해서 몸의 구조를 유지한다. 온도란 물질의 구성단위인 분자들이 제멋대로 흔들리는 정도를 나타낸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분자의 무작위 한 흔들림이 너무 커서 분자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수증기의 분자들은 공간을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온도가 낮은 분자들의 무질서한 흔들림이 작다. 얼음이 녹을 때 물분자들의 무작위 한 흔들림이 강해져서 얼음의 구조를 지탱할 수 없고, 물분자들이 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던 구조가 깨진다. 얼음이 물로 변할 때는 이러한 구조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이런 상전이를 “불연속 상전이”이라 한다.
[그림] 물, 얼음, 수증기가 공존하는 지구 환경은 생명 진화의 최적지이다.
지구는 물이 존재하고 물의 세 가지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 세 가지 상태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기온이 적당해야 한다. 대기의 온도가 300도 이상인 금성과 같은 행성에서 모든 물은 증발하여 수증기로만 존재할 것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생명이 출현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거리인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다. 골디락스 존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을 뜻한다. 골디락스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동화책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따온 것이다. 골디락스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산속의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더니 죽 세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 집은 산속 곰들이 사는 집인데 밥을 먹기 전에 잠깐 산책을 나가고 없다. 골디락스는 아빠 곰이 먹을 큰 죽 그릇에서 죽 한 숟가락을 떠먹었는데 너무 뜨거웠다. 이번에는 엄마 죽그릇에서 죽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너무 차가웠다. 마지막으로 어린 곰의 죽그릇에서 죽을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적당해서 어린 곰의 죽을 모두 먹었다. 집에 돌아온 아기곰은 아마 울어버렸을 것이다. 생명체가 진화하기 위해서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온도,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존이 골디락스 존이다.
그런데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선 행성에 물이 있어야 하고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야 한다. 초기 지구의 유기체 죽에서 생명 고분자가 생겨나기 위해서 온도가 좀 높아야 했을 것이다. 지구가 온난화하면서 어떤 순간에 원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이다. 밀러-유레이 실험에 의하면 물, 메탄, 수소,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적절한 조건에 있을 때 전기방전을 가하면 유기물인 아미노산이 형성된다. 유기분자들은 결합하여 유기 고분자를 만들고, 친수성과 소수성을 가진 유기분자들은 자기 조립 과정으로 거대 유기분자를 형성하다 자기 복제가 가능한 원시세포로 발전하였다. 약 38억 년 전에 남세균이 출현하여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남겼다. 인천시 소청도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남아 있다. 이후 출현한 원핵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는 대량의 산소를 발생시켜서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형성하였다. 산소와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물들은 산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였다. 생명체가 유전물질을 합성하고 후손을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명 정보를 전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화의 과정으로 생명체는 고도화하였다.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에 지구의 환경은 변화를 거듭하였고 그러한 변화는 생명체의 진화를 촉발하였다. 고온의 환경에서 최적인 생명체는 갑작스러운 빙하기에 더 이상 최적의 생명체가 아니며, 고온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생명체가 추운 날씨에서 더 적응 잘하는 생명체가 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최적의 적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 극지방에서 채취한 아이스 코어를 분석하여 지구 기온의 변화를 알아낸다.
지구는 여러 번의 빙하기가 있었으며 그때마다 많은 생물 종이 멸종하고 새로운 종이 생겨났다. 2백6십만 년 전부터 11,700년까지의 홍적세(Pleistocene Epoch) 동안에도 여러 번의 빙하기가 있었다. 남극에는 3km 이상의 빙하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 있다. 과학자들은 남극 Dome Concordia 아이스 코어 (EPICA ice core)를 채취하여 최근의 지구 온도 변화를 파악하였다. 이 아이스코어에는 지금부터 약 70만 년 전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11,700년 전에 끝났으며 지금은 날씨가 따듯한 간빙기에 있다. 최근의 지구온난화는 지구 온도 사이클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인류라는 한 종이 지구환경에 극단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지구환경은 인류에 의한 위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인류는 자신들의 지속 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