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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야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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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Apr 06. 2024

검정고시 하루

※ 야학에서 선생님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


 매년 4월 초면, 검정고시 대잔치가 열린다. 우리 야학 학생들은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낸다. 이곳에서는 검정고시가 수능이나 마찬가지다. 시험 결과와 무관하게 이날 이후로는 한동안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다. 


  고사장에 가면 어르신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훨씬 많다. 행여나 자신들의 나이 때문에 주눅이나 들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우리 학생분들은 어린 친구들에게 호기심이 많다. '얘야, 너는 왜 검정고시를 보니?', '너희는 머리가 쌩쌩하니까 이런 문제들 쯤이야 가뿐하겠다. 역시 공부는 젊어서 해야 한다니깐~' 이렇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자격지심 없이 접근하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오래전 학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작은 체구에 수줍음이 많던 그녀. 이연 씨는 출석을 부를 때 대답하는 것도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셨다. 안타깝게도 5년째 검정고시를 합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학생이 안타까웠던 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다른 교육기관을 권유했다.


 "이연 씨, 다른 XX 기관으로 가면요. 2년만 다니면 그냥 졸업장을 줘요. 거기로 가는 게 어때요? 지금 몇 년째 시험에 합격하니 못해서 너무 힘들잖아요."

 "나는 거기 가기 싫어요. 거기는 그냥 졸업장을 주는 거잖아요. 나는 내 힘으로 따보고 싶어요."


 우리 학생들에게는 검정고시가 단순히 학력 보유에만 있지는 않다. 나 스스로 이룬 결실이고, 자부심이다. 그냥 학교에 출석만 하면 인정해 주는 졸업장보다, 검정고시 합격증이 더 빛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강제성이 없는데도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할 것 같다. 스스로의 의지로 1년 동안 학습한 학생들에게 박수를.


늠름히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




아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예진님은 오늘 가채점결과 안정적으로 합격할 점수가 나왔습니다.

왜 수업 시간에 영상통화를?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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