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대다수의 사람이 더 많이 표현하는 사회
얼마 전 기안 84가 출연하는 MBC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본 인도의 혼잡한 도로풍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멈추지 않는 경적소리와 함께 차량과 오토바이, 사람까지 한대 뒤섞여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였다. 나도 그런 혼돈을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비교적 평화로운 캐나다나 호주의 거리 풍경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런 복잡한 인도의 거리에서 평생을 산 사람이 갑자기 캐나다나 호주의 도시로 이민 와 현지 사람들과 섞여 살면 어떻게 될까? 캐나다에선 지금도 꾸준히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고, 그중에 많은 이민자들이 인도 출신이기 때문에 나는 그 이민자들이 캐나다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되는 과정을 많이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고향 나라에서 하던 운전습관을 그대로 하고는 한다. 경적을 울리고 불법 추월에 주차에 캐네디언들이 만들고 소중하게 지켜온 룰을 파괴한다. 하지만 이때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은 학습을 한다. 나 역시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 한국과는 다른 표지판과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조차 낯설었다. 심지어는 운전자들이 길을 걷는 나에게 주는 양보와 배려조차 낯설고 어색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리바리했지만 거리의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하며 배웠다. 특히 캐나다는 정부차원에서도 이민자들이 현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언어인데, 정부에서 제공하는 랭귀지 스쿨에 가보면 언어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얻고 교육받을 수 있게 커리큘럼이 잘 짜여있다. 그렇게 1년에서 2년 정도 교육을 잘 받고 현지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도 계속 교육을 받기 때문에 캐나다 사회에 잘 융화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교육을 거치지 않고 본국의 커뮤니티 바운더리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은 원래 살던 곳에서와 같은 습관과 수준 그대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건 중국인이던 인도인이던 한국인이던 어느 이민사회나 마찬가지. 캐나다에도 가끔은 도로 위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보통 자연적으로 정화될 수 있는 정원 이상의 이민자를 정부가 급하게 받았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난민(난민 중에도 돈 있는 부자들이 생각보다 많다)을 대다수 수용했다던지, 정권 교체로 이민정책이 급하게 바뀌었다는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서로 섞였을 때 자연스레 두 문화의 좋은 부분만 남으면 참 좋겠지만, 항상 이야기가 그렇게 바람직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때 중요한 건 비율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규칙을 잘 지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면 새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그곳의 문화를 따르기 마련이다.
옛날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속담이 있다. 참고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속담이다. 이런 말을 내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똥이 너의 집 앞마당에 있어도 그냥 평생을 피하고 살건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내 마당을 내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평생 피해만 다닐 건가? 그 똥을 그때 바로 치우지 않으면 파리가 꼬이고 벌레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이 급한 채로 지나다가 '어' 여기 똥 싸도 되는 덴가 보다' 생각해서 또 똥울 눌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똥 더럽다고 무조건 피할게 아니라 그곳이 내 집 마당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라면, 내 나라라면 기꺼이 그 똥을 치워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엔 내 자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똥을 밟거나 치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면 좋겠다.
12년 이민생활 동안 한국의 밖에서 바라본, 그리고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대다수의 좋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사람은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옆에서 지켜보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서로 지켜준다면 분명히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