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돈을 쓰는 사람 VS 물건에 돈을 쓰는 사람
요즘 유행하는 발란스 게임 한번 해보자! 연봉 3천만 원에 하루 8시간 근무 VS 연봉 6천만 원에 하루 12시간 근무! 만약 사회 초년생인 당신이 면접 후 이 두 회사 중 한 곳에 앞으로 10년을 근무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당연히 연봉 3천에 8시간 근무를 택할 것이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한번 그 이유를 알아보자.
12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들이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회사생활에 쓰고 있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보았다. 서울 근무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편도 한 시간 이상인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하루 왕복 두 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낸다는 말이다. 하루 7시간 근무하는 사람이 출퇴근 준비에 1시간 정도 쓰고 성인 권장 수면 시간인 7시간 취침한다고 가정하면, 이 사람은 하루 6시간의 여가 시간을 갖는다. 반대로 12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단 2시간 만의 여가 시간을 갖는다. 이 4시의 차이가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변화를 만들까?
12시간 근무를 하는 사람은 9시 출근 9시 퇴근이라고 생각했을 때 집에 와서 씻고 나면 대략 열 시가 넘는다. 다음날 오전 9시에는 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거창한 취미는 꿈도 꾸지 못한다. 몸이 지칠 때로 지쳐서 운동이나 독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루동안 고생한 나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이라곤 따끈한 배달 음식에 맥주 한잔 하며 넷플릭스 보는 게 최선이다. 반대로 5시에 퇴근하는 8시간 근로자는 저녁 식사 후 간단한 취미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동호회에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야간 산행이나, 출사, 독서토론도 할 수도 있다.
소비 스타일도 정말 달라질 것이다. 한 달 카드 내역서를 훑어보면 여가 시간이 많은 사람은 '경험'에 소비할 확률이 높고, 반대로 짧은 사람은 물건에 소비할 확률이 크다. 스스로에게 극적인 보상을 하기 위해 명품 가방, 옷, 자동차, 음식 등을 충동구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자의 생활은 좋은 차가 있고, 좋은 장비가 있다고 한들 떠날 시간이 없는 게 문제다. 주말에 너무 재밌게 놀면 평일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이 나이 서른부터 마흔까지 10년 동안 반복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단순계산 하면 연봉 6천만 원인 사람이 연봉 3천만 원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겠지만, 연봉 3천만 원인 근로자가 매일 겪은 경험과 삶의 만족도는 돈으로 모두 환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SNS의 발달로 집에 있는 금송아지도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러니 금송아지 사진을 인별그램에 올리는 게 삶의 목표라면 그리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금송아지를 갖기까지 피땀 흘리며 했을 노력을 생각하면 그들의 인생이 마냥 부럽지도, 내 인생이 그리 초라해지지도 않는다. 경험을 사랑하는 사람은 경험에 소비하면 되고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건을 모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 물론 나도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사람이 있다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