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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신드롬 패러독스

인류가 만든 콘크리트 '산(山)'

10년 만의 한국 역이민 생활을 동탄 호수공원 도보 5분 거리에서 시작한 나는 인생에 처음 신도시에 살아보게 되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큰 공원과 쇼핑몰이 있어 캐나다에서의 라이프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틈날 때마다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문득 캐나다와는 무언가 다른 것을 느꼈다. 생각해 보니 동네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걸어서 산책하는 동탄 호수 공원에는 4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오산천 주변에는 반대로 60대 이상의 고령인구가 눈에 더 많이 띄었다. 그 차이를 감지하고 더욱 눈여겨보니 동탄에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주로 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탄맘룩'이라는 신조어도 배웠다. 동탄 인근의 대기업 공장에 다니거나, 서울로 출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고 아파트 단지 주변의 쇼핑몰에서 외식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커플들은 반려동물과 산책을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소히 '개모차'라고 말하는 반려동물 전용 탈것이 유모차 대비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3:7 정도의 비율로 보였다. 


왜 이렇게 특정 연령대가 신도시에 모여 살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신도시가 형성될 때 그곳으로 이사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는 부모세대가 아니라 이제 막 결혼했거나 결혼 적령기의 예비신혼부부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지역에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동탄 중에서도 1 동탄과 2 동탄은 생긴 시기에 따른 두 도시의 나이처럼 각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연령대 역시 차이가 있었다. 


예전에 강원도 정동진부터 경상도 울진까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서, 산 하나가 강원도와 경상도의  다른 말투부터 음식까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실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제 자연이 만든 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산과 도로를 따라 생긴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을 하며 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인구 밀도가 높아 서로 많은 영향과 스트레스를 주고 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살면 그 장점만큼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마련이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아이들이 그러지 못하고 특정 부류의 사람들 안에서 편협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특히 신도시들은 문화나 경제적인 것들의 많은 부분을 서울에 의존하게 되면서 신도시 스스로 자족할 수 없는 베드타운이 될 위험도 있다. 결국 이런 신도시 문화가 이 작은 나라에서 세대별, 지역별로 사람들을 더 나뉘게 하고, 서로 단절하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도 서울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신도시는 물론 지방의 다른 도시들도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동탄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조카들만 해도, '어른들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에 가는 일이 몇 번 없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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