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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대한민국으로의 역이민

2023년 8월의 캐나다를 떠나다.

2023년 8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처음 캐나다 땅을 밟은 지 10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을 한 것이다. 사실 전부터 한국에 돌아와 2~3년 정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여러 가지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준비가 덜된 상태로 약 10개월의 시한부 한국 살기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캐나다의 집을 다 정리할 수 없어 살던 집은 가구채 월세를 주었고, 자동차는 배터리를 분리하고 커버를 씌어 주차장에 봉인해 두었다. 키우던 식물들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잠시만 안녕' 작별 인사를 했다. 떠날 때 챙겨주는 주변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그래도 지난 10년간의 나의 캐나다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류현진은 보지 못했지만 상태팀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던 일본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토론토 여행을 떠나 나이아가라폭포를 보고, 친구들을 만났다. 류현진이 선발로 나오기를 바라며 토론토 블루제이의 홈경기도 보러 갔다. 10년 동안 모은 살림살이가 작은 지하창고 하나에 딱 들어가는 것이 뭔가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탄 대한항공 여객기가 습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을 뚫고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한국 땅에 내리고 입국심사 후 공항을 나오는데 내 몸을 감싸는 습기에 깜짝 놀랐다. 10년? 아니 정확히는 12년 만에 겪어보는 한국의 여름이었다. 마치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 세부 공항에 내려 처음 바깥공기를 마셨던 그때처럼 습기 가득한 공기가 이젠 한반도를 채우고 있었다. 마중 나온 친구의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서며 보이는 인천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2~3주 정도 한국에 놀러 왔던 지난 방문들이랑은 마음가짐도 다르다. 도로를 꽉 채워 점령한 자동차들로 정체는 이어지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이 가득 매운 하늘은 더 이상 파란색이 아니었다. 우리 한국에서 10개월 동안 잘 살 수 있을까?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며 우리는 동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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