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

석유는 공룡이 만들어낸 것인가

기름 한 방울도 없는 대한민국?

@pixabay

석유를 보유한 나라를 '산유국'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오일머니의 국가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미국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도 없는 나라일까?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5번째 산유국이다.


2004년 울산 남동쪽 동해 58km 지점에서 천연가스와 원유를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21년 동해의 가스전이 고갈되어 산유국의 지위를 잃게 되었다. 산유국에 대한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포항에서 석유가 나온다?

@unsplash

이틀 전인 2024년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 브리핑을 했다. 바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천연가스 탐사 시추 계획에 대한 것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매장된 자원 추정치는 최대 140억 배럴로 1/4은 석유, 나머지 3/4은 가스로 추정된다고 했다. 1배럴은 약 159리터이며, 우리가 집에서 먹는 2L짜리 생수병 80개가량의 용량이다. 최대 매장량 기준으로 석유는 4년 치, 천연가스는 약 30년 치 국내 사용량이다. 매장된 자원의 추산 가치는 수천조(약 2,260조)로 삼성 시가총액의 약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참고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2020년 기준 약 2,975억 배럴이다.


포항 영일만에 석유 매장 가능성
@unsplash

석유를 채취하기 위한 유전개발은 크게 3단계 스텝으로 구성되어 있다.


1)물리 탐사  2)탐사 시추  3)상업 개발


1)물리 탐사는 해저에 음파를 쏘고 반사파를 측정하여 바다 아래의 지질구조를 파악하며 자원이 있을 것 같은 지역을 찾는 것이다. 현재 포항은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석유가 영일만에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만 확인한 단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영일만 시추 계획이 아직 '탐사 단계'이기 때문에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2)자료 분석 통해 매장 가능성과 매장량 추정치가 확인되면 탐사 시추를 통해 분석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본다. 탐사 시추의 성공률은 생각보다 낮은 편으로 20% 미만인 경우도 있다. 5~7개 정도 뚫으면 1개의 구멍에서 석유가 나올 확률인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탐사시추 계획도 최소 5공(구멍)이다. 일반적으로 탐사에만 4~5년은 걸릴뿐더러, 시추를 한 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3)만약 탐사 시추로 실제 석유를 확인하더라도 상업 개발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중동 석유보다 비용이 너무 비싸면 가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공룡으로부터 생성되었을까?


여기서 궁금해지는 게, 그렇다면 석유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이다.

@unsplash

오늘날 사용되는 석유의 약 70% 정도가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에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석유는 공룡으로부터 생성되었다는 루머가 퍼지게 되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 있던 그 많던 공룡들은 왜 석유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그 어떤 지역의 공룡도 죽어서 석유를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유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서 다량의 생물 사체가 일정한 곳에 고여 퇴적'되어야 한다.


이 까다로운 조건이 다 부합되는 곳이 바로 '바다'다! 석유가 생성되기 위해선 많은 생물 유해가 있어야 하는데 지구상에서 생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 바다이다. 또한, 사체를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형성되지 않았다. 공룡 같은 육상 생물들이 죽으면 대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여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에 석유가 생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pixabay

중생대 당시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바다에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광합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증가했다. 또한,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져 물속 산소의 양이 감소하게 되었다 (찬물에 산소가 더 잘 녹아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석유의 근원이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많아지고, 물속 산소가 부족하여 그 잔해들이 썩지 않고 바다 밑에 가라앉아 퇴적된 것이다.

@pixabay

바다에서 많은 유기물 사체가 쌓이더라도 계속 해저면에 드러나 있으면 안 되고, 다른 퇴적물로 의해 덮이는 환경이어야 한다. 어디로 흘러가 없어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고여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밑바닥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쌓여 석유가 만들어지는 근원암이 있어야 한다. 위에는 단단한 지붕 같은 덮개암으로 다른 곳으로 노출되거나 흘러가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어야 한다. 근원암과 덮개암 사이에 저류암이라 불리는 틈새를 많이 지닌 암석 구멍 속에 석유가 스며들어 고여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석유가 옆으로 새지 않게 하기 위해 메꿔주는 트랩구조도 형성되어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조건이 다 갖춰진 곳에서 생성한 것이 석유이고, 이 석유가 우리나라 포항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석유가 펑펑 나오는 환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실제 발견되고 사용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 늦게 찾아온 태풍, 그것이 알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