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나의 전공은 해양학이었다. 흔치 않은 학과였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해양학을 선택한 친구들이 꽤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오직 남극을 가기 위해 이 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결국 그 친구는 남극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또한, 주변 선배들과 교수님들도 남극을 자주 다녀왔기 때문에 남극이 멀지만 가까운 곳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 극지연구소와 해양수산부가 '제1차 남극포럼'을 개최하였다. 익숙하지만 한 번도 가보적 없는 남극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참석하게 되었다.
남극환경정책컨퍼런스, 남극지식대화 2가지로 구성
재미있는 점은 대중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 세션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언어로 국제적 성과를 나누는 시간과 일상의 언어로 남극에 대해 알리는 시간, 총 2가지로 나눠 진행되었다.
맛있는 간식:)
남극에서의 중요한 안건은 무엇이며, 남극을 왜 연구하고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품은 채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남극은 무법지대일까?
같은 극지방이지만, 북극은 약 400만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반면, 남극에는 거주민이 없다.
그렇다면 남극은 인구도 법도 없는 무법지대일까?
실제로 남극 대륙은 발견 이후 영국이 최초로 남극에 대한 자신들의 주권(영유권)을 주장했다. 영국 외에도 총 7개 국가(호주, 칠레, 프랑스 등)가 영유권을 주장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되진 않았다. 이후 남극을 둘러싼 쟁탈전과 어업활동이 증가하는 등 남극지역에 대한 불안정성이 고조되었다. 이에 서로 간 이익을 도모할 필요성을 인식했고,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과학'이 되었다.
과학으로 평화를 되찾다: 남극 조약
나라 간 '국제 과학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평화적인 과학 협력을 지속하고 국가 간 충돌 방지를 위해 '남극 조약'을 체결하였다. 1959년 체결된 '남극 조약'에는 군사활동을 금지하며, 과학연구활동의 자유와 남극환경보호를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모든 국가의 만족을 위해 영유권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동결하기로 한다는 조항도 들어있다.
즉, 남극은 과학으로 인해 무법지대가 아닌 남극조약을 체결하였으며, 현재까지도 평화적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남극의 환경문제: 해양보호구역?
남극은 단순히 얼음과 눈으로 덮인 땅이 아니다.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남극의 빙하와 얼음은 지구의 과거 기후를 기록하고 있어, 이를 통해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남극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며, 생물 다양성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남극의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출처: https://buly.kr/7x52jQI
실제 강연에서도 가장 많이 다뤄진 내용은 '남극환경 보전'에 대한 것이었다.
1991년, '남극환경보호의정서'를 채택하여 남극에서의 광물자원 채굴을 금지시키고, 해양보호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표 사례로, 남극의 남쪽부근 로스해(Ross Sea)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해양보호구역이란 자연의 장기적 보전을 위해 관리되는 지리적 공간이다. 남극해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기후변화와 상업적 조업에 취약한 남극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보전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특히, 로스해는 남극해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21배이며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로스해의 대부분 면적을 조업 금지시키고 과학연구만 가능하게 하면서 남극의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남극의 미세플라스틱 문제
플라스틱은 지난 7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지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남극도 피해 갈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남극의 표층 및 저층 해수, 퇴적물, 바다 얼음, 크릴, 펭귄의 배설물과 사체 등 모든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현재 남극에서의 오염 수준은 다른 지역보다는 평균적으로 낮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남극의 특이한 특징은 남극순환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 ACC)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해류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해류 중 하나이다. 이 해류는 남극 대륙을 한 바퀴 도는 형태로 순환하며 미세플라스틱 축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플라스틱이 들어오면 ACC가 가로막아 남극의 오염도를 줄여준다. 하지만, 내부에 오염원이 있다면 ACC가 막아주지 않고 오히려 적이 될 수 있다. 현재 약 30개국에 82개의 연구기지가 있으며, 남극을 찾는 관광객도 1년에 10만 명이 넘는다. 이에 남극의 플라스틱 오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럼을 통해 암울하지만 현실적인 남극 환경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특히, 남극의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장기적인 국제 협력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남극과 지구를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분들을 보며, 대중의 더 큰 관심과 격려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한,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해 주신 연사분들의 다정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